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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시간

Keith Sonnier, Tracey Emin, Ravel

by 훈수의 왕

아인슈타인 이후로 우리는(심지어 물리학이라는 학문에 관해 완전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빛과 시간이라는 두 단어에 묘하게 끌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이 두 현상의 관계를 이용한 독특한 스토리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고 있죠.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Arrival>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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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고라는 행위에 있어서 시간이란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아주 색다른 관점을 가진 이야기였죠.


그런데, 예술에 있어서도 이 두 단어가 만들어 내는 묘한 감성을 독특하게 느낄 수 있는 장르가 있었습니다. 바로 조각인데요,


알렉산더 칼더를 소개하며, 칼더는 자신이 만들어 낸 <Mobile>이란 개념 속에, 공간에 멈춰있던 조각의 부동성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역동성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 글에서 소개할 작가는 1960년대에 조각 장르에 "빛"이라는 소재를 접목시켜 미술에 있어 또 다른 신 개념을 심기 시작한 장본인입니다.


2020년 7월 18일 타계한 미국 출신의 미술가 Keith Sonni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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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꾸준히 네온과 형광등, 그리고 반사판의 역할을 해내는 구리와 알루미늄 등을 이용해 빛을 조각하기 시작한 키스 소니에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예술성은 일반 미술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이해의 폭이 제한적이지만, 그가 시도한 이 새로운 예술은 몇 세대를 건너며 따뜻하고 열정에 불타는 후대 작가들에 의해 힘든 시대를 밝혀주는 환한 빛과 열정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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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Sculpture> by Tracey Emin


삶과 예술을 하나로 일치시켰다는 이야기를 듣는 트레이시 에민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과 감정 등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며 한 인간의 삶에 관한 다양한 스토리들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Neon Sculpture>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은 작가의 감정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느끼게 해 줍니다.


“Neon is emotional for everybody”

- Trcey 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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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에민처럼 개념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로버트 몽고메리도 빛을 잘 이용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트레이시 에민의 직관적이고 개인적인 관념의 어구들에 비해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시적인 어구들을 사용하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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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Poems> by Robert Montgomery


심지어 단순한 네온빛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시를 태우는 행위를 통해 빛이 가지고 있는 계몽이라는 상징에 불타오르는 열정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다 타버린 불, 그렇게 꺼져버린 빛은 우리에게 어둠을 상기시키는데요, 빛이 사라진 뒤, 흔들리는 감정들을 잘 그려내고 있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들으며, 빛이 지나간 시간을 묘사하고 있는 소리들도 한번 느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VPV7rnhry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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