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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Nov 01. 2020

가구인가? 예술인가?

아티스트가 만든 가구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는 아주 그로테스크한 가구가 등장합니다.


주인공들이 즐겨 찾는 Milkbar에는 여성의 나체를 모티브로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는데, 이 가구들은 영화 제작 당시에 신소재로 각광받던 파이버글라스를 이용해 영화팀이 직접 제작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가구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감독이나 세트디자인팀이 직접 낸 것은 아닌데요, 이런 충격적인 가구는 과연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요?


 이 가구 디자인의 원형은 영국의 미술가 Allen Jones 조각 작품에서 나왔습니다. 아티스트의 대표작인 Hatstand, table and chair등에서 빌려왔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스탠리 큐브릭이 아티스트에게 영화에 사용하기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컨셉을 차용해서 유사한 가구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원래의 조각 작품들은 어떤 이미지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60년대와 70년대를 관통하던 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당시 대중문화 속에 소비되고 있는 섹슈얼리티를 포착한 팝 아티스트로 알려진 알렌 존스의 이 작품들은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던 스탠리 큐브릭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알렌 존스의 작품보다 오히려 더 성적으로 파격적이었던 영화의 의자와 오브제들은 주인공 알렉스와 그의 일당이 가지고 있는 여성과 당시 사회에 대한 생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큐브릭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실제라고 보여 왔던 많은 것들은 사실 환상 일뿐'이란 표현을 인터뷰에 쓰고 있고, 그가 이런 키치적인 팝아트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이런 예술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역기능에 대한 도발적인 시도로 해석하는 비평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알렌 존스 외에도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가구들이 있을까요?


미니멀리즘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도널드 쥬드는 자신의 예술적 미학을 그대로 가구로 옮겨놓았습니다.



이런 미술작품에서 



이런 가구들을 연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간결한 직선과 질감이 드러나는 표면 그리고 도널드 쥬드의 조각에서 특징지어지는 비율과 색상으로 대표되는 미니멀한 감각, 이렇게 놓고 보면 그의 조각과 그의 가구 사이에 경계를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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