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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Nov 17. 2020

새들이 만들어 낸 언어

 Soren Solkær는 스타일리시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초상사진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출신의 사진작가입니다. 특히 유명 배우, 가수, 영화감독들을 모델로 한 다양한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요


 

Mads mikkelsen


Adele


David Lynch



최근 들어 그는 유럽 각지에서 철새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멋진 프레임속에 담아 내고 있습니다.





이 멋진 사진들을 보니 영화 <네 이웃에 신이 산다>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영화에서 신의 딸로 등장하는 에아는 신인 아버지를 골탕 먹이고 집을 떠나서 그녀를 따를 사도들을 찾아 자신만의 새로운 성서를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한 명 한 명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에 관한 아픔과 진실들을 찾아 나서던 중에,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숨겨진 진실(자신에게 주어진 남아있는 수명)을 알게 된 후 그로 인해 치밀어 오르는 화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앉아 있던 공원 벤치에 죽을 때까지 머무르겠다고 결심을 한 참입니다. 하지만 에아는 그에게 새들의 이야기를 듣는 능력을 부여하고 이렇게 새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순간 그는 철새들의 이야기에 끌려  새들을 따라 북극까지의 먼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장면의 배경에는 아주 활기차고 다양한 음을 들려주는 라모의 하프시코드 곡 <Le Rappel des oiseaux - A reminder of birds> 이 연주되는데요, 아주 맑고 세련된 대위법적 선율과 리드미컬한 후기 바로크풍의 음악에서 다양한 새들의 소리가 느껴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Bu_joZf4M



새들이 군락을 이루어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변형되는 모양을 만들며 날아가는 영화 속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남자가 새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 것이 새들의 노랫소리를 통해서 일지 아니면 새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를 언어적 기호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인지가 궁금해지는데요,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다시 살펴보게 된  Soren Solkær의 사진 속 새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들은, 점점 각각의 이미지가 마치 하나의 기호적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쪽으로 저에 생각이 굳어지게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됩니다.



바로 <Arrival>인데요 (한국에서는 컨택트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에 기반을 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이 영화에서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외계 생물인 Heptapod의 언어는 원형에 기반을 두고 미세한 모양의 변화를 통해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기호로 해석되게끔 표현되고 있습니다.





새들이 만들어 내는 언어와 영화 속 외계인이 만들어 낸 언어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머리로는 이해가 어려운 불분명함이 드러나 보이는데,


사람의 사고는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형성된다는 말이 있죠. 결국 어떤 언어를 사용해서 소통하느냐가 우리의 사고를 교환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텐데요, 하지만 역사를 통해 보면 의사소통에서 생겨나는 오해들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어에 의해 형성된 사고를 다시 언어를 통해 소통하려는 노력들이 왜 그렇게 많은 오류들을 만들어 내는가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언젠가 보았던 Anselm Kiefer의 인터뷰 장면에서 그가 "인간이 내린 결정은 지성과 사고(그 순간 그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이 부분에서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문지르며)"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결국 우리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구조적 한계가 있지 않는가라는 의심이 들며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이야 말로 그 부족한 부분을 매울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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