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수의 왕 Sep 18. 2020

예술이란?

에드워드 호퍼


"If you could say it in words there would be no reason to paint" 

                                                                                                               - Edward Hopper


많은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예술의 일면에는 이렇듯 자신들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언어로 전이되지 못하는 한계를 인지하고 그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펼쳐지는 그들의 투쟁과 노력이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화가로도 유명한데요, 호퍼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호퍼의 예술에 대한 또 다른 이해를 더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의 신진 사진작가인 Oli Kellett의 사진은 호퍼가 빛을 다루는 기법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고독과 소외감을 표현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의 예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Cross Road Blues (Hubbard St, Chicago) 



Cross Road Blues (Figueroa St, LA) 



Cross Road Blues (Peachtree St, Atlanta)


미국 주요 도시의 시가지 풍경을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잡아내고 있는 일련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도심의 빌딩 사이를 가로지르는 빛이 만들어 내는 명암과 색채를 통해 호퍼의 그림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비록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좀 더 다양한 영감과 이미지로 확장시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점차 거대해지는 도시 환경 속에서 소인국의 국민들로 변해가는 듯 마냥 작아지는 사진의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무기력하고 소외되고 있는 빛바랜 우리 자신의 초상화를 보는 듯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상처 받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감정이 20세기 초 작가가 그려냈던 감정의 색과 그림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네요.





호퍼의 그림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단지 이렇게 우리 가슴속에 담겨 있는 감정을 이미지화했다는 점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인기의 원동력은 호퍼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세련된 구도와 색감이 아닐까 싶은데요,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처음 등장할 당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상광고 한편이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이 '아! 저 광고 나도 아는데'라고 하실 텐데요, SSG의 광고였죠. 광고를 제작하고 집행하는 쪽에서도 당시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공연히 에드워드 호퍼의 이름을 이용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에드워드 호퍼에서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호퍼의 작품을 이용해서 만들었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서 프레임의 구조와 색감 등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의 각 프레임에서는 사실 처음에 보여드렸던 Oli Kellett의 사진작품이 드러내는 감정들이 담겨 있지만 그것을 이용해 제작한 광고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빠져 있습니다. 


광고이기에 호퍼의 그림이 담고 있는 소외감이나 고독 같은 광고에 부정적인 감정을 제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광고에서 따온 프레임 속의 색감이나 구도 등이 호퍼의 그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채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그런 호퍼의 그림에서 가져온 미적인 감성들 덕에 SSG에서 실시한 광고는 당시 많은 찬사를 받았었죠.  


다시 말하면, 우리가 호퍼의 그림에서 비평가들이 분석해 내는 다양한 의미들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호퍼의 그림에서 자연스럽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현대적 이미지들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 세련되고 현대적인 Sting의 Urban Jazz의 소리들과 영화가 드러내고 있는 감성이 잘 어울릴지 궁금해지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d27gTrPPAyk



 





작가의 이전글 로알드 달을 기리며 - 사랑스러운 책장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