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계절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다가오는 소리는 그냥 흘려보내기 쉽지 않은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다가오는 여름을 좀 더 쾌적하고 시원하고 또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그런 고전 음악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비발디 사계 중 <여름>
불타는 듯한 여름 태양의 열기에 모두들 지쳐 가지만, 저 멀리서 뻐꾸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니 비둘기와 참새들의 재잘거림도 느껴집니다.
풀잎을 가르는 부드러운 바람이 벌레와 개구리의 소리를 실어 나르며 조금씩 더위를 식혀주나 했더니 갑작스럽게 천둥과 번개가 번쩍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여름이 이렇게 변덕스러운 계절이었나요?
오늘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Max Richter의 편곡 버전으로 들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EcsM4HUEwVw
베네치아의 바닷가 느낌보다는 장맛비가 쏟아지는 밀라노 두오모 앞을 정신없이 뛰어가는 여자 주인공
그리고 점차 흑백으로 변해가는 스크린, 저에게는 그런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2. 거쉰 <포기와 베스> 중 "Summertime"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해변가 마을을 배경으로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사랑과 애환을 그린 3막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흑인 영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곡되었다고 하는데, 극 중에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전의 고요하고 평온함 (폭풍전야??)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며, 뛰어난 멜로디 덕분에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보통은 제시 노만의 넓고 풍부한 목소리로 많이 들어보셨을 테지만
오늘은 좀 더 부드럽고 상쾌한 캐슬린 배틀의 목소리로 감상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RyadsHUBpWc
3. 스캇 조플린 <The Entertainer>
ragtime이라 불리는 재즈 스타일의 대가 스캇 조플린의 이 재미있는 피아노 곡은 반전의 묘미가 쏠쏠했던 영화 <스팅>에 삽입되면서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상쾌하게 건반을 두드리는 절묘한 리듬이 그늘진 노천카페에서 맛보는 시원하고 향기로운 아이스커피 한잔을 떠오르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WxfjWnuEno
4. 알베니즈 <스페인 모음곡> 중 "아스투리아스-전설"
스페인은 여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나라인데요, 그 스페인을 대표하는 악기가 기타이니 여름을 향한 길목에서 기타가 연주하는 멋진 음악 한곡 정도는 필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에 시원한 빙수가 빠질 수 없듯이 말이죠)
손가락들이 현을 넘나들며 시원하게 흩뿌려지는 물방울의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EfFbuT3I6A
5.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중 1악장
멘델스존은 여행을 좋아하는 음악가였을까요?
여행을 통해 느낀 감상들을 음악으로 표출한 작품들이 꽤 되는데, 여름의 길목엔 가벼운 샴페인의 버블이 떠오르는 이 <교향곡 4번의 1악장>이 딱 어울립니다
독일 작곡가가 묘사한 이탈리아의 풍경을 가장 잘 드러낼 지휘자는 이태리 출신으로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던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최고가 아닐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4pO7_IxbDsU
6.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중 18번
한낮의 해가 긴 꼬리를 남긴 채 석양으로 변해가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캔버스를 바라보는 화가의 팔레트엔 오렌지색 물감이 가득합니다. 이런 분위기엔 뭐니 뭐니 해도 라흐마니노프가 최고죠.
https://www.youtube.com/watch?v=ThTU04p3drM
7. 가브리엘 야레드 <연인> ost 중
가만히 서 있어도 목덜미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는 여름, 눈부신 태양빛 저 너머로 떠오르는 하얗고 여린 순수한 실루엣에 눈이 번쩍 뜨였던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
영화 <연인>의 첫 장면에서 받았던 느낌은 이 영화의 ost를 들을 때마다, 제 손바닥에서 주인공들이 맞잡은 땀에 젖은 그 끈적한 온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UtJrWWR9hU
8.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저녁놀"
인생의 황혼을 이야기하는 이 가곡이 저에게 여름을 알리는 소리로 자리 잡은 이유는
영화 <트립 투 이태리>때문인데요, 중년의 두 영국 남자가 떠나는 이태리 여행길에서 요트를 타고 시원하게 바닷바람을 가르며 이태리의 해변을 항해하는 광경에서 이 가곡의 첫 부분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흘러나옵니다.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저 에겐 늘 여름의 바다를 떠오르게 하는 소리로 남겨질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4yIaP16my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