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사용되는 침대가 카드보드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시끌벅적 한 것 같습니다.
카드보드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구에 흔하게 사용되지는 않고, 또 포장박스 등에서 많이 보던 소재이다 보니, 약하다는 편견이 생겼을 텐데, 어떤 선수가 이런 부분을 개인적인 sns에 anti-sex란 단어를 사용하여 올린 것을 몇몇 황색언론들이 자극적으로 재생산해서 많은 파문을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이 sns를 흥밋거리 기사화했던 대표적인 언론사가 '뉴욕 포스트'인데요, 미국에서 선정적이거나 유명인 뒷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타블로이드 신문이죠. 이 기사를 이용해 이런 내용을 한국에 최초로 소개했던 국내 언론사에서는 뉴욕포스트를 정확히 표기했는데, 이후 이 뉴스를 베껴 쓰는 다른 인터넷 매체들이 기사에서 뉴욕포스트를 은근슬쩍 뉴욕타임스로 바꿔서 뭔가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 늘 있는 일이나 그리 신기하지는 않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최신 기사는 오히려 이 침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말이죠.
https://www.nytimes.com/2021/07/19/world/asia/tokyo-olympics-anti-sex-beds-cardboard.html
이번 일본 올림픽은 사실 많은 문제가 엮여있죠. 심각한 코로나 상황과 방사능 오염 식자재 그리고 갑자기 올림픽을 기회로 (뻔히 예상은 했지만) 주장하는 독도에 대한 꼼수 등이 대표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본질에서 벗어난 이상한 침대 이야기가 (더군다나 잘못된) 우리 사이에 퍼져나가는 것은 오히려 중요한 핵심에 대한 해결만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저 일본에 대한 나쁜 소문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우리가 일본에게 받아야 할 그들이 진 빚에 대한 정당한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일단 가구란 측면에서 (특히 침대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면, 해외 언론에서 찾아보니 이번 올림픽에 사용된 종이 침대의 한계 중량이 440 pounds(약 200kg)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유럽 기준으로 평균적인 중량 테스트 인증을 받은 침대들 보다 오히려 더 한계 중량이 높은 (다시 말해 더 튼튼한) 침대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구글 UK에서 영어 기사들을 검색한 것이니 혹시 다른 정확한 정보가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사실 기자들이 가구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을 테니 기사의 내용이 정확한 표현은 아닌데 (기사는 400 pounds의 한계 중량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보통 유럽 쪽에서 침대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가구 브랜드들은 침대 하중 테스트를 진행하긴 합니다. 강제 조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업체마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공인된 테스트 기관을 통해 인증을 진행하는데, 보통 싱글 침대들이 150kg 하중 테스트를 진행하며, 테스트 방식은 원형의 무게추 (오래전에 관여했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대략 50cm 정도 길이의 원기둥 모양 추를 1미터 높이에서 반복해서 자유낙하시킵니다. 이때 추의 중량에 따라 인증되는 하중이 달라지는 데요, 제가 수입을 진행했던 제품은 일반 성인 몸무게 정도의 추를 가지고 한 테스트에서 통과해서 150kg에 대한 하중 인증을 받았다고 제작 업체에서 알려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공학적인 계산방법이 사용돼서 그런 수치들이 등장하는지에 대해선 지식이 없어서 설명드리기 힘든데, 하여튼 결론적으로 440 pounds를 버티는 침대라면 (그 말이 확실하다면) 저희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고가의 독일산 침대 대부분 보다 더 튼튼한 침대인 것은 맞습니다
이전 몇 번의 올림픽에서 사용된 침대들도 한번 살펴보았는데
2016년 브라질 리오에서 열렸던 올림픽 선수촌 실내 모습입니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저가형 도미토리 침대 (기숙사 침대)에 헤드를 붙인 형태인 것 같습니다. 사진의 다리 모양이 유사하죠.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선수촌 침대 모습입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사진으로 보기에는 칩보드에 LPM코팅이 되어 있는 (한샘이나 리바트 일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가구 자재 중에 가장 저렴한-물론 코팅의 종류와 소재의 밀도나 강도 등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긴 하지만) 침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브라질 올림픽이나 런던 올림픽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염가형 침대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도쿄 올림픽의 공간이 좁다는 불평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런던 올림픽 조직위가 디자인한 침대는 extendable 타입이라, 침대의 풋보드를 확장해서 일부 키가 큰 선수들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종이 가구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오래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공업 디자이너인 Peter Raacke의 1967년 'Papp' 의자들을 최초의 상업적 의미를 지닌 종이가구로 인정하고 있고
저명한 건축가인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의자들 덕분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이 Wiggle Side Chair는 현재도 스위스의 가구업체 Vitra에서 출시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검색했더니 미국내 판매 가격이 약 1300USD 정도 입니다. 거의 우리돈으로 15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가구인데 종이로 만들었으니, 종이로 만들었다고 가구를 무시하거나 비하해서는 안될 것 같네요
이전에도 종이가구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가구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글 읽기 : https://brunch.co.kr/@milanku205/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