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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Sep 09. 2021

오페라 - beginner's guide 2

영국 Gramophone 이 뽑은 Top 10을 중심으로

그라모폰이 추천한 입문자를 위한 오페라 10선의 1편에 이어서 오랜만에 나머지 5 작품은 무엇인지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6. Janáček  <The Cunning Little Vixen - 꾀 많은 어린 여우>


Lucia Popp, Eva Randová; Sir Charles Mackerras (winner of the Gramophone Opera Award in 1982/3)


놀랍게도 입문자를 위한 6번째 작품으로는 야나첵의 오페라가 선택되었습니다. 찰스 맥케라스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을 한 호주 지휘자입니다. ENO(English National Opera)를 오랫동안 맡았던 그는 특히나 야나첵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이름을 떨쳤었는데, 사실 찰스 맥케라스의 녹음들 이전엔 야나첵 오페라는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이름도 내밀지 못했던 작품들이었죠. 


<jenufa> <Kata Kabanova> 등 야나첵의 대표 오페라들이 이 지휘자의 노력으로 현재는 주요 오페라 하우스의 레퍼토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야나첵의 오페라들은 특유의 매너리즘이 가득한 (밀란 쿤데라에 따르면 체코인들이 실제 생활에서 말하는 체코어를 음악적으로 치환시켰다고 극찬을 하고 있지만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선율 덕분에 체코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라모폰에서 선정한 이 <꾀 많은 새끼 여우>는 그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어린이 동화 같은 스토리와 재미있는 선율로 보고 있으면 은근히 매력이 있습니다. (멕케라스 지휘의 실황 공연이 DVD로 나와있는데 우연히 샀다가 아이가 좋아해서 한 때 둘이 무척 열심히 봤던 오페라 비디오였습니다. 숲 속의 온갖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등장해서 환상적인 소리에 맞춰 재미난 동작을 보여주는 즐거운 아동극 같다고나 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6WmyPJy96Sk



이 오페라는 멕케라스의 CD와 DVD 이외에는 사이먼 래틀의 음반 정도가 시중에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애플뮤직에서는 이 외에 영어로 불려진 로열 오페라 하우스 실황 녹음 (이 역시 야나첵의 새끼 여우를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밝혔던 사이먼 래틀의 지휘입니다) 정도가 올라와 있는 것 같습니다



7. Verdi <Aida-아이다>


 


Anja Harteros, Jonas Kaufmann, Ekaterina Semenchuk; Antonio Pappano (winner of the 2016 Gramophone Opera Award; Recording of the Month in the 2015 Awards issue)


7번째로는 베르디의 대표작인 <아이다>가 꼽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오텔로>와 함께 베르디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인데요,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 적국인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그리고 장군을 흠모하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 사이에 벌어지는 묘한 심리 스릴러(?) 물인 이 오페라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개통식을 위해 작곡되었다고 하죠. 화려한 '개선 행진곡'과 아이다의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 "오 나의 조국" 그리고 라다메스의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 등이 유명하지만 실제로 이 오페라의 백미는 삼각관계에 놓인 3명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묘한 심리적 갈등을 드러내는 중창 부분입니다.


안젤라 게오르규가 부르는 <이기고 돌아오라>입니다. 보기 힘든 리허설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네요.


자신의 조국과 전쟁을 해야 하는 연인 라다메스가 전쟁에서 이기고 안전하게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이 노래는 결국 현실과 자아 사이의 갈등으로 크나 큰 고통으로 치닫게 되며 그런 심란한 상황에서 신에게 자신을 불쌍히 여기소서 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사랑과 번민, 안타까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내면의 갈등 등이 번갈아 등장하는 곡이라 소프라노들에게는 참 어려운 곡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3Ooq9fyWA



장군 라다메스는 제사장과 만나 자신이 침공하는 에티오피아 군에 맞설 이집트 군의 사령관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신이 장군이 되어 전쟁에 나간다면 반드시 이기고 돌아와 사랑하는 아이다에게 월계관을 받치겠노라고 맹세를 합니다. <청아한 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8bQQs-vDs4



그라모폰은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인 파파노가 지휘한 음반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레퍼토리이다 보니, 많은 녹음들이 있는데 베르디의 작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태리 출신의 지휘자들이 강세입니다. 현대 녹음으로 파파노가 선정된 것 같은데, 무티와 아바도의 지휘도 오페라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을 잘 살려내고 있는 명연주이며, 칼라스와 세라핀의 콤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라얀은 2번이나 녹음을 했는데 무티와 아바도가 모두 도밍고를 선택한 데 반해 80년 녹음에서 카레라스를 택하고 있습니다. 어떤 음반을 선택하셔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녹음들이 높은 수준을 보여줍니다



8. Verdi <La traviata-라 트라비아타> 


푸치니의 작품을 2개 골랐으니 베르디도 2개를 골라야 잡지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8번째 작품으로 <아이다>에 이어 <라 트라비아타>를 뽑았습니다.


사실 그 많은 오페라 가운데 10 작품을 고른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 왜 이번 리스트에 이 곡들이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논리적인 설명이 힘들 듯싶습니다. 그냥 뽑은 분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당할 듯한데요, 그렇다고 <라 트라비아타>가 뽑힌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대중적인 인기만을 생각하면 베르디의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라모폰은 <아이다>에는 최근 녹음을 고르고 <라 트라비아타>에는 과거의 명음반을 고르는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aria Callas, Alfredo Kraus; Franco Ghione

 

국내에서 많이 읽히던 클래식 음반 소개 책자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던 칼라스의 라이브 녹음인데요, 그라모폰 필진은 예전부터 이 녹음에 대한 편애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었으니 예상했던 결과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직업과 오페라의 주요 배경 등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잘 드러내는 음악이어서 명반으로 유명한 녹음들이 대부분 세련되고 경쾌한 리듬을 들려주는데, 지휘를 맡은 프랑코 기요네 역시 그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음질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라 트라비아타>를 많이 들어보셨거나, 다양한 음반을 소장하신 분들이라면 시도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만 이번 기사의 성격이 입문자를 위한 오페라 10선이기에 오히려 클라이버의 음반을 추천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성기에 만난 코투르바스, 도밍고 클라이버 이렇게 3명의 스타가 최상의 음악을 들려줍니다. 


또 다른 전성기 스타의 만남인



 

존 서덜랜드와 파바로티의 데카판도 파바로티 팬이시라면 한 번 들어보실 만한 명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스타가 공연에서 부르는 3막의 2 중창 <Parigi, o cara>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r4XJJYvnZE






9. Mozart <Die Zauberflöte - 마술피리>


푸치니, 베르디 다 2개씩 골랐는데 왜 모차르트는 하나뿐이야 했더니 끝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마술피리>를 리스트에 올려놓습니다.





마술피리야 정말로 녹음도 많고 명반도 많아서 이야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데요, 추천 음반으로는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원전악기 연주를 고르고 있습니다.


윌리엄 크리스티의 음반은 전체적으로 가수들의 수준도 높고 템포와 균형 감각 등도 뛰어납니다. 가끔 원전 연주들이 보여주는 이해하기 힘든 리듬과 즉흥적인 연주 스타일도 없기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녹음인 것 같습니다.



오페라에 대한 지휘자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서곡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SsY0XujAvXs




10. Bizet <Carmen-카르멘>


 



리스트의 마지막은 비제의 <카르멘>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카르멘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인기 오페라이죠. 

아바도가 선택한 경쾌한 리듬과 베르간자의 가볍고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이 음반은 70년대 후반의 녹음 치고는 음질도 꽤 뛰어난 편이라 지금 들어봐도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좋은 녹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Top 10 리스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라모폰의 선곡을 보고 난 느낌들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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