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화강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수의 왕 Sep 05. 2021

베토벤 <교향곡 5번> in C minor

영국의 고전음악 잡지인 Gramophone이 선정한 추천 음반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베토벤 <교향곡 5번>입니다. 


우리에겐 <운명>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죠. 


베토벤의 비서로 알려진 안톤 쉰들러가 이 첫 부분의 동기에 대해서 베토벤이 "운명은 이 처럼 문을 두드린다"라고 이야기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이 주장은 음악학자들 사이에서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쉰들러의 주장을 바탕으로 이야기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일본에서 "운명"이라는 부제를 만들어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칠고 에너지가 넘치게 시작되는 "솔-솔-솔-미, 파-파-파-래"의 4음은 그렇게 운명의 동기라는 멋진 장식을 달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유럽 시장과 아시아 시장은 각각의 소비자 기호에 따라 자신들이 마케팅하기 유리한 곡명으로 부르게 된 것이죠.


힘차고 따라 부르기 쉬운 첫 소절과 독특한 이름 덕분에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고전음악 애호가를 제외하면 막상 이 곡을 끝까지 다 들어본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그라모폰은 과거의 명연주, 현재의 명연주, 그리고 전설적인 음반 이렇게 3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음반들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교향곡 5번>은 과연 어떤 연주들을 선정했을까요/


1. 과거의 명연주 - Carlos Kleiber 지휘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베토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교향곡 5번>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음반이죠.

70년대에 스튜디오 녹음을 통해 제작된 클라이버의 대표적인 명음반입니다.



클라이버의 명성에 비해 음반수가 많지 않아 더더욱 전설이 되어버린 연주인데, 마침 유튜브에도 전곡이 올라와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NpyRBVTavQ



예전에는 상당히 리드미컬한 템포로 휘몰아치는 긴장감이 넘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들어보니 현재 기준으로는 상당히 정제되어 있고, 전통적인 구조미가 강조된 연주라고 느껴집니다.


최근 들어 Apple Music이 클래식 음악 스트리밍 업체 인수와 더불어 음질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클라이버의 이 음반은 애플 뮤직에서는 고해상도 무손실 음질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 현재의 명연주 - John Eliot Gardiner, Orchestre Révolutionnaire et Romantique


가디너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스튜디오 녹음이 있음에도 잡지에서는 실황 연주 음반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2011년 11월 뉴욕 카네기홀의 실황연주인데요, 



 실황이라는 선입견이라서 그런지 가디너의 베토벤 사이클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 훨씬 긴장감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원전악기 연주들이 대부분 베토벤이 악보에 남긴 메트로놈 속도에 맞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면서 기존 연주들과 다른 아주 빠른 속도를 특징으로 삼고 있지만 가장 최근에 출시된 리카르도 샤이의 베토벤 사이클 하고 비교하면 오히려 이 가디너의 지휘가 좀 더 여유 있고 리드미컬 하게 들립니다.


악장이 넘어가면서 1악장에 제시된 주제와 감정이 점점 증폭되어 나가는 구조의 이 <5번 교향곡>이 가진 특징을 가디너가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선 이 음반은 아니고 더 이후에 영국에서 연주한 실황 공연이 올라와 있는데, 공연장의 구조가 현대적인 음악홀이 아닌 좁고 천정이 높은 전통적인 건축물이라서 독특한 음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tb-ly1I_k         



3. 전설적인 명연주 - Toscanini,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of New York



토스카니니 베토벤 사이클은 그의 분신 같은 NBC Symphony orchestra와의 1939년 녹음이 유명한데 그라모폰에서는 Naxos라는 마이너 레이블에서 출시된 1933년 실황 녹음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시 녹음기술의 한계로 음질은 형편없지만 베토벤의 음악이 가진 구조적 특징을 잘 만들어 나가는 토스카니니의 해석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별 감정 없이 듣기 시작하다가 3악장에 접어들면서 몸이 먼저 반응을 시작하고, 4악장을 넘어가면 읽던 책을 놓고 음악에 완전히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베토벤의 음악이 대단한 것인지 거기에 토스카니니의 해석까지 더해져서 더 감동이 커 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Nizf0ZUGGM&list=OLAK5uy_lpGicPiL-mqsDkjlZOQ3shXk_-keQfZhs


유튜브에는 악장 별로 올라가 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을 때면 항상 떠오르는 영상이 있습니다. 


Kassandra Wedel라는 독일의 힙합 댄서인데 베토벤처럼 이 무용가도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음악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출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베토벤이 들려주는 음악에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루는 카산드라의 안무와 동작은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게 만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zcvqQnxMGU

매거진의 이전글 R.Strauss <Im Abendrot-저녁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