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 잠만보의 마케팅 로그
반응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위메프 보다는 역시 에어팟이 가져온 반응일 테지만.
자고로 이벤트 경품이란 직접 사기엔 부담스럽지만 누군가 거저 주거나 싸게 준다면 너무나 고마울 것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고, 이벤트 진행의 달인께서 언젠가 귀띔해 준 적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과연 에어팟 만큼 적절한 상품이 있었을까? 선택은 신의 한 수 였다.
본인 역시 에어팟을 선물하기 위해 시계만 쳐다보며 이틀을 보냈다. 사전입장이 있던 21일 밤 9시가 시작이었는데, 이벤트 시작과 함께 위메프의 서버가 다운됐다.
App과, Web은 물론 Mobile Web까지 모두 먹통이 된 상황에서 이벤트는 마감이 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 조차 없었다. 문제는 서버 다운의 복구가 예상보다 더욱 길어지면서, 이벤트 응모자가 아닌 일반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방법이 없어져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3시간 뒤 자정에 시작되는 본 이벤트 역시 진행여부가 불확실해 지고 말았다.
어차피 못 살거라면 모두가 다 못 샀으면 하는 마음이 내 가슴 속에 스멀스멀 피어났다.
서버 다운 이슈에도 불구하고 위메프는 22일 00시부터 다시 이벤트를 이어갔다. 하지만 역시나 폭주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에는 대비가 충분치 않았다. 서버는 다시 다운됐고 응모자들은 위메프의 페이스북에 불만을 쏟아내었으며, 다시는 위메프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불만 댓글은 1,800개를 넘겼고, 나 역시 이벤트가 종료 되자마자 바로 App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굴지의 소셜 기업답게 위메프는 굴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분노에 밤잠을 설쳤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부터 다시 희망고문을 실천하고자 3번째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마 쏟아져 들어오는 트래픽과 회원가입 및 App 다운로드 수의 유혹을 이겨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좀 진정되고 나니, 물론 고객과의 약속이 우선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이어진 마지막 두 차례 이벤트에서 서버다운이라는 사태는 막았지만, 허탈감에 청와대 민원사이트로 향한 소비자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현재 청와대 청원은 진행 중이고, 참여인원은 약 1,000명에 육박한 상황이다.
위메프가 대국민 이벤트와 서버 다운으로 인해 침몰하고 있는 동안 모두의 뇌리 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이름, 쿠팡! 기대를 안고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쿠팡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리가 없을텐데 라는 의심으로 끝까지 찾아보았지만 쿠팡은 너무나 조용했다.
경쟁사의 패착을 보고도 조용하다는 것. 리스크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한 것일까.
위메프의 에어팟 이벤트가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만 높이면서, 정상가에 가깝게 판매하던 기존 에어팟의 판매 수량이 함께 늘어난 것을 보았다면 쿠팡은 에어팟 광고라도 집행해 보는게 어땠을까.
게다가 소비자들의 위메프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이탈이 폭주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었다면, 바로 다음 날 "에어팟,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느낀 실망감, 쿠팡이 로켓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라며 대응 프로모션을 걸었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물류경쟁으로 하루하루 치킨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이런 큰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에 매우 큰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