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교육 및 강의 후기
재직 중인 회사 바로 인근인 광화문, 교보생명으로부터 마케팅 교육 진행 의뢰를 받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전략에 대한 실무 내용을 전달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다. 3개월 동안 총 4회차에 걸친 과정 중 내가 담당한 것은 2회에 해당 되는 것이었고, 매회 1시간 30분 강의와 1시간 30분 멘토링으로 진행되었다.
네이버 커넥트 재단 강의 이후 정말 오랜만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다 보니, 시작 전부터 왠지 모를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있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대학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이었다. 보통 강단에 서면 떨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날은 살짝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떨림은 약 30초 뿐, 잔뜩 집중하고 있는 눈빛들을 보니 자연스레 나 역시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대학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풋풋하고, 생기발랄함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돌이켜보면 나 역시 스스로 그런 느낌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던 듯 하다. 학점관리와 취업준비에 모든 정신이 팔려 한창 예민하고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별반 다르지 않을 친구들에게 대학생의 풋풋함을 기대했던게 참 이기적이고 어리석었다. 짧게는 1년 길게봐도 몇 년 후면 마케팅 필드에서 실무를 하고 있을 친구들이기에 너무 어리게만 볼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준비할 때면 항상 많은 고민이 든다. 내가 전달할 내용이 너무 원론적이지는 않을까? 혹은 너무 실무적이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이러한 걱정을 가득 안고 강의를 시작했다.
첫 날은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전략에서 콘텐츠 마케팅의 개념과 원리, 그리고 접근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이 준비한 프로젝트 발표가 이어졌는데, 뛰어난 퀄리티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마치 방금 전 진행한 강의를 미리 듣고 준비를 해 온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학생들의 실력과 열정에 자극을 받았던지, 준비된 1시간 30분 멘토링 시간을 훌쩍 넘겨 피드백을 주게 됐는데, 전체적인 스케쥴에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무척이나 죄송했다.
강의와 피드백을 모두 마치고 프로그램 담당자 분께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무척 뛰어나서 다음 진행할 강의의 내용을 조금 수정해도 되겠냐 물었다. 다행히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덕분에 2회차 강의와 멘토링도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다만, 첫날 피드백 시간을 오버한 것을 배려해 2회차에는 2시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주셨음에도 또 초과를 해버리고 말았다. 워낙 말이 많아서 한 번 입을 열면 멈출 줄을 모르나보다. 학생들을 걱정할 게 아니라 본인 걱정이 우선이다.
교보생명 청춘가곡 프로젝트, 3개월의 교육 과정이 마무리되는 최종 발표의 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시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를 찾았다. 그 동안 진행한 모든 팀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최종 평가가 이루어지는 날이다. 참 영광스럽게도 이 날 초대를 받아 학생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간혹 이런 자리에 초청을 받으면 사실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누군가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자리가 굉장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재직 중인 회사 일정과 부담 때문에 거절할까도 고민했지만, 학생들의 노력이 어떠한 결과물로 이어졌을지에 대한 궁금함에 참석을 결정했다.
해단식 시작과 함께 그 동안의 여정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는데, 종종 등장하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매우 부끄러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달려온 학생들도 많아 시간이 흐르자 점차 모든 자리가 채워졌고, 첫 번째 팀부터 발표가 시작됐다. 마지막 팀까지의 모든 발표를 들으며 채점을 진행했고, 활동 점수와 발표 점수 및 종합적인 수치가 합산되어 최종 우승 팀이 결정됐다.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 너무 좋아 기대가 많았던 팀이 마지막 발표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고, 냉혹한 피드백을 줬던 팀이 개선을 통해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한 상황도 발생했다. 그리고 전반적인 퀄리티가 매우 높아 바로 당장 실무에 적용해도 좋을 아이디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3개월 간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지켜보며 혼자 흐뭇한 마음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만약 몇 년 뒤 필드에서 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또 얼만큼 성장해 있을지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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