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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 Lee May 04. 2020

신입사원의 야근은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

아닌데 버티면 잃는게 더 많다.

To : 함께 일하며 곁에서 볼 때 눈부시게 성장하던 주현님에게.



현대판 노예의 시작


사회 초년생의 내 삶은 순전히 회사를 위한 삶이었다. 새벽 4시까지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도 없이 일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당시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보다 훨씬 못한 직업이었다. 현대판 노예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언젠가 회사의 인트라넷 오류로 인해 전 직원의 업수시간이 공개된 적이 있었는데, 약 1,000명 정도의 임직원들 중 4위에 랭크돼 있었다. 나보다 위에 위치한 분들 중 몇 분은 24시간 로그인 되어 있는 분들이기에 내 업무량은 전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었던 것이다.



우수한 노예가 되다.


덕분에 기회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입사 2개월 만에 전사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차출되는 기회를 맞았다. 외부 컨설팅 펌과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됐는데, 그 동안 성장에 대한 나의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프로젝트 기간에도 야근은 계속 됐지만, 단순 작업이 아닌 고민과 노력의 시간이기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달랐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한층 더 성장한 내 자신을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다른 황무지에 버려진 노예


노예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함께 일하던 팀장의 권유로 이직한 회사에서 기존과 조금 다른 분야의 일을 맡게 되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덜컹 맡겨진 거대한 프로젝트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못하겠다는 말을 꺼내기가 그리도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쨌거나 여전한 나의 노예 근성은 불평불만 없이 밤을 새워가며 맨몸으로 부딪히고 부서지고를 반복했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이기에 돌이키고 싶지 않을 정도이지만, 그 때의 경험이 후에 매우 큰 자산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꼰대 기질


축구에서 스타플레이어는 뛰어난 감독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자신만이 가능한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4부 리그 수준이지만 웃기게도 이러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 많은 야근으로 인해 승진이나 연봉 인상률이 남들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신입사원에게 야근은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퇴근시간만 되면 칼같이 일어나는 친구들을 보며 그들의 한계를 지레짐작하곤 했다. 팀장의 위치가 되어서는 노력하지 않는 팀원에게 내심 불편함을 갖게 되었다.



될 놈은 된다.


그렇게 수 년간 노예근성을 이어오던 나에게 이상신호가 왔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발병했고, 더 이상 회사 일을 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스트레스에다 건강까지 나빠져 휴식과 재활이 필요했고 한 동안 쉬는 시간을 갖게 됐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다시 복직을 했을 때, 내 우선순위와 가치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바로 건강인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내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가능한 야근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최대한 업무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주문했다.


사실 나의 꼰대 기질이 조금 남아있던터라 내심 불안한 마음도 함께 갖고 있었다.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퍼포먼스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또한 신입사원인 친구들은 지금의 노력이 훗날의 자산이 되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완벽하게 틀렸던 것 같다. 야근이라는 요소가 없음에도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친구를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역시 될놈될이라고 했던가. 성장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재된 마음과짐과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고 잘하게 된다. 업무와 회사생활도 그것이 가능하다. 누군가 해당 직무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성장은 기본적인 베이스가 중요하고, 이에 어떤 자양분이 첨가 되느냐에 따라 그 속도가 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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