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두 번째 르망

2019년 르망 24시 관람기

by 김명준

어느새 7월이 되었고, 르망에 다시 간 날도 한 달이 지났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을 변명으로 삼으며 이제야 글을 쓴다. 내 인생 두 번째 르망은 아름다웠다. 4박 5일 동안 서킷에서 지냈던 첫 번째 르망 여행과는 달리 이번에는 르망 시내에서 하루를 묵고 서킷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내게 르망에서의 기억은 모두 서킷에 있었는데, 이번엔 르망이라는 도시 특유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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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생 줄리앙 성당 (우) 언덕에서 바라본 르망

르망이라는 도시는 작다. 인구가 15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아담한 크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은 도시에 세계 3대 자동차 대회라 불리는 르망 24시가 열리는 이유는 르망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1906년 프랑스 그랑프리Grand Prix automobile de France가 최초로 개최된 곳이 바로 르망이다. 이 프랑스 그랑프리는 현재의 F1 프랑스 그랑프리로 이어지고 있다. 즉 100년이 넘는 프랑스 자동차 대회의 역사가 르망에서 시작된 것이다. 역사에서 처음은 늘 중요한 가치를 지니듯, 프랑스 자동차 역사에서 르망은 중요한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르망은 비행기와도 관련이 깊은 도시이다. 1908년 라이트 형제frères Wright가 공식적인 첫 번째 공개비행을 한 곳이 바로 르망이다. 올해 르망 24시 대회 시작 전에도 헬기와 비행기가 등장하여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한 이유도 이러한 역사와 관련이 있다.


르망은 현대 인류의 발이 되는 자동차와 비행기 모두와 관련이 있는 역사의 도시인 것이다.

르망 데카트론에서 산 원터치 텐트

르망 24시의 꽃은 캠핑이다. 한국에서 텐트를 들고 가기엔 무리인 것 같아 이번엔 프랑스에 도착해서 구입했다. 마침 르망 경기장 옆에 '데카트론'이라는 프랑스 대형 스포츠 스토어가 있어 그곳에서 텐트를 샀다. 프랑스에선 '2초 텐트'라 불리는 텐트로 르망에서의 밤을 지새웠다. 르망 24시의 로망은 바로 텐트 아래서 보내는 시간들이다. 밤의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빛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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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24시의 캠핑장

르망 24시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말이 있었는데, 캠핑장에 도착하니 변함없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와 경적소리는 내가 르망에 있음을 완벽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그들의 캠핑 실력에 감탄했다. 텐트가 아니라 아예 집을 만든 것 같은 르망 24시 팬들의 모습을 보니 버킷 리스트가 생겼다.


"캠핑카를 몰고 다시 르망을 찾아야지."


IMG_5032.JPG 서킷의 메인 입구
IMG_0083.JPG 사람들도 가득 찬 르망 24시

캠핑장에서 아침을 맞이한 뒤 귀여운 셔틀 기차를 타고 서킷에 입장했다. 서킷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조용하던 도시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사람들, 도처에 있는 자동차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주변은 가득 찬다.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다.


사람들에게 휩쓸리다 보면 공간과 시간은 계속 변해 있다. 그렇게 변해간 시공간이 모두 추억으로 변한다. 올해는 이 추억들을 보다 생생하게 담고 싶어 동영상을 많이 찍었다. 움직임이 많은 르망 24시를 담기에는 사진보다 동영상이 더욱 좋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벌을 들고 서킷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그러나 무거워진 발걸음만큼 무거운 추억이 생긴다. 올해는 기차 시간 때문에 시상식까지는 보지 못했지만, 서킷에서의 밤을 맞이하는 것은 역시나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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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의 추억들

르망에서 보낸 시간들도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나는 툴루즈Toulouse에서 그 시간들을 돌이켜봤다. 오랜만에 도착한 프랑스에서의 시작이 르망이어서, 색다르지만 변함없는 르망 24시여서, 내가 또 하나 추억할 수 있는 르망이 생겨 행복하다.


"캠핑카를 가지고 다시 르망에 가는 나의 버킷 리스트는 이루어질까?"



르망 여행기 Youtube 링크

https://youtu.be/Xc_5gatBi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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