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을 르망
2014년 6월, 르망Le Mans을 나서며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르망에 다시 올 일은 없겠지?"
그랬던 르망을 올해 6월 다시 간다.
20대 초반 나는 자동차 마케터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 당시 나의 주된 관심사는 자동차였다. 자동차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에 이르게 되고 르망 24시까지 단번에 도달한다.
르망 24시는 이름부터 나의 호기심을 끌었다. 뭔가 알고 싶게 만드는 이름이었다.
르망Le Mans : 프랑스의 도시이며 15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사는 작은 도시.
이 작은 도시에서 세계 3대 자동차 대회가 열리며,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24시간 내내 레이스 위에서 질주한다. 그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소도시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하루 종일 달리는 레이스. 르망 24시는 그렇게 나의 로망이 되었다.
르망 24시는 매년 6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다.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 세계 내구 레이스)의 대표 대회이며 13.626km의 서킷을 24시간 동안 달리는 극한의 대회다. WEC의 이름처럼 누가 가장 내구성이 좋은가를 다투는 대회인 것이다. 평균 210km/h, 직선 구간에서의 최고 속도는 400km/h에 육박하는 등 내구성, 기술, 퍼포먼스 등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대회다. 1923년부터 시작한 권위 로운 르망 24시는 F1 모나코 그랑프리Grand Prix de Monaco와 인디 500Indianapolis 500과 더불어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특별한 문화도 가지고 있다.
르망 24시는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데, 이 기간 동안 르망 도시 전체는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르망의 아담한 크기는 축제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든다. 도시 곳곳에서 르망 24시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퍼레이드도 진행되고,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모터스포츠 팬들의 개성 있는 차들도 감상할 수 있다. 르망 24시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소나 캠핑장에서 최소 1박 이상을 하며 대회를 즐긴다. 나 역시 4박 5일 동안 르망에 머물렀으며, 그동안 가냘픈 원터치 텐트에서 지냈다. 자는 것도, 씻는 것도 불편했지만 그저 행복했다.
강한 6월의 햇볕을 받으며 피부는 검게 그을렸지만 나의 추억은 깊이를 더했다. 작은 도시 곳곳에 발자국을 남겼으며 수많은 자동차들을 곁에 두었다. 그리고 결승전이 시작하는 토요일 오후 3시부터는 계속 서킷에 남아 있었다. 정말이지 24시간 내내 들리는 엔진 소리로 귀가 먹먹해졌지만 단 한순간도 지겹지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 그 아래 펼쳐지는 경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 흘러가는 24시간을 모두 담고 싶을 만큼 좋았다.
토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한 레이스는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3시에 끝이 난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도 정오에 접어들면 관람석으로 돌아온다. 축제의 마지막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르망 24시에서는 레이스 순위가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 자체가 큰 의미가 없었다. 24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서킷에서 살아남은 드라이버와 차들이 대단했다. 24시간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대단했다. 레이스 마지막 시간이 가장 아찔하고 박진감 넘치는 다른 모터스포츠 대회와 달리 르망 24시의 마지막은 훈훈했다. 팬들은 서킷에 있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가 끝나면 서킷은 모두에게 열린다. 팬들은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서킷 위를 걸으며 축제를 마무리한다. 나 역시 4박 5일 동안 있었던 르망에서의 시간들을 서킷 위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서킷을 떠났다. 돌아가는 기차를 타며 생각했다.
"6월에, 프랑스에 있어 행복했다고.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그러나 뭔가 어려운 바람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꾹 눌러 담으며 돌아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르망에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주일 전, 르망 24시의 표를 예매했고, 다음 달에 나는 프랑스로 간다.
올해 르망은 내게 어떤 추억을 안겨줄까, 벌써부터 설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