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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03. 2024

이건 나쁜 로봇이지? 이건 착한 로봇이고?

장바구니 담은 건 언제 살 거야?

아이와 신나게 놀 방학기념 빅 이벤트!

'건담'으로 유명한 반다이 코리아에서 개최하는 Fun Expo에 다녀왔다. 아이의 행복 절반 내 사심이 절반인 행사이지만... 아니다, 내 사심이 8할 정도는 될지도 모르겠다.


커다란 건담 벌룬, 집에 놓고 싶다


사실 이날 국내에서 첫 발매되는 희귀 프라모델을 판매한다는 소식도 있어서 아침부터 길을 서둘렀지만, 아침부터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서둘렀어야 했다.

이미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마니아들의 행렬은 어마어마했고, 나 혼자 왔다면 나도 그 사이에 끼어 줄을 섰겠지만 오늘은 아이와 함께 즐기기로 한 날이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줄이 아닌 자유롭게 관람'만' 할 수 있는 관람행렬에 가족과 함께 몸을 싣기로 했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에게 오랜 기다림은 농약과도 같았다. 즐겁게 놀자고 데려와놓고 고통을 맛보게 할 순 없지. 아빠가 프라모델을 포기할게!


아이가 좋아하는 포켓몬과 별의커비 나노블럭


전시 관람도 볼만한 게 꽤 많았다, 건담뿐만 아니라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포켓몬도 있어서 전시물을 볼 때마다 아이는 묘하게 흥분된 목소리로 희귀 프라모델을 구매하지 못한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조기교육의 결과인지 건담 전시물들에도 또래 아이치고는 상당히 많은 조예를 보여 이따금씩 미소를 머금게 했다.


"아빠 이건 나쁜 로봇이지? 이건 착한 로봇이고?"


음.. 사실 심오한 건담의 세계관을 정확히 알려주자면 명확한 선악을 구분하는 게 미묘한 일이지만, 아이에게 정색할 정도의 사회부적응자가 아닌 아빠를 둔 복을 가진 아이 었기에 나는 그저 '응 맞아'라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체험행사와 아이가 좋아하는 캡슐 뽑기!


Expo에는 나름의 체험 행사도 많았는데, 무료 나노블록 조립, 무료 초콜릿 체험행사, 무료 프라모델 조립과 같은 다양한 행사가 있어 아이도 흠뻑 취했다. 심지어 프라모델 조립체험에는 포켓몬과 건담을 고를 수 있었는데 아이는 무려 '건담'을 골랐다.

작은 부품에서는 조금 삐걱댔지만 끈질기게 조립을 완성한 딸아이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지 집에 자기 건담을 전시할 공간을 만들겠노라 선포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한다면 그다음도 뭔가를 채워 넣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조립을 마친 뒤에는 관람구역에서 유일하게 돈을 쓸 수 있던 캡슐 뽑기! 가챠!로 발을 옮겼다. 엑스포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이와 뽑기는 몇 개를 할지 실랑이를 벌인 결과 3개로 합의를 했기에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졌다.


사실 몇 개를 뽑아도 충분히 사줄 재력은 되지만 아이에게 약간의 모자람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랄까, 그렇다고 너무 옭아매는 궁핍함을 겪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기에 아이가 제시한 두 개보다 많은 하나를 더해 세 개를 뽑게 해 줬다.


자기가 좋아하는 포켓몬과 시나몬롤을 뽑고 함박웃음을 짓는 딸아이.


반짝반짝 불꽃놀이로 마무리


여정의 마무리는 김포 현대아웃렛에서 쥐불놀이만큼 스케일이 작고 아쉬운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올 가을에는 여의도 불꽃축제에 세 가족이 함께하자는 약속으로 마감했다. 오늘 하루가 딸아이의 기억 속에 불꽃처럼 반짝이는 하루이길 기원하면서, 앞으로의 휴직에도 즐거운 일을 잔뜩 채워나가자는 다짐과 함께...


침대에 누워 희귀 프라모델을 구매할 길이 있을까 쇼핑몰을 뒤적이던 내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아이가 불현듯 물었다.


"아빠 내 건담도 있어? 장바구니에 담은 건 언제 살 거야?"

"에헤이, 그냥 담아만 놓은 거야 담아만"


조용히 해 딸, 아직 엄마는 모른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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