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Sep 17. 2022

네이버는 왜 구글처럼 바뀌었을까요?

UX이야기, 문화권에 따른 서비스 이용 동기의 차이

최근 SEO 업무 때문에 자료를 뒤지다가 한 가지 재미난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요거

우리나라의 검색도구 점유율 (단위 : %)


음, 우리나라는 언어와 문자도 독립적인 만큼 검색도구도 네이버 제국이었던 것이 기정사실이었습니다. 위 자료에도 2017년만 해도 여실히 증명되는 사실인데 최근에는 네이버와 구글의 차이가 많이 좁아졌어요.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가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된 건지 아니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제 2모국어로 영어가 지정된 걸까요?


아마 단기간에 검증하기는 어려울 듯 하지만 그래도 타당한 가설을 하나 설정하고 현상을 끼워 맞춰 해석이라도 한번 해 보려 합니다.


먼저 제 가설은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이 검색도구 점유율의 차이를 좁히고 있다.'는 겁니다.


나름의 근거는 

1. PC와는 확연이 다른 스마트폰의 검색도구 접근 시나리오 / 사용자가 검색도구에 기대심리의 변화

2. 2017부터 이어진 검색도구 점유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2018.10월에 시행된 네이버 모바일 개편 (그린닷)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1811180001



너무 축약된 이야기라 약간 이해가 힘드실 테니 쉬운 예를 들어볼게요

때때로 야근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화를 받아보면 대뜸 하시는 말씀은 "아들, 컴퓨터가 망가졌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조금 황당했죠, 평일 저녁에 본가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머니는 뭔가 안 돼서 답답하신 거 같은데 차분히 여쭤보면 보통 증상은 이거였습니다.


인터넷을 켰는데(브라우저를 열었는데), 안돼(네이버가 시작화면이 아니야)


해석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만 바로 저 이야기였더군요. 거지 같은 알X즈... 제멋대로 브라우저 시작화면은 바꾸고 난리야...


저는 왜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는지 궁금해서 검색도구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조사해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 얻었던 결론은,


우리나라와 영어권 국가의 언어적 특성이 인간의 행동심리를 차이 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었고, 이 특성이 검색도구(구글과 네이버)에 기대하는 사용 시나리오에도 차이가 있어 문화권마다 선호하는 서비스가 달라진다는 것


다시 말하면 영어권의 언어적 특성이 무엇보다 목적어가 중요한 언어 구성 원리가 있습니다. 사실 영어권에서는 문장을 심하게 줄이면 단어 하나만으로 소통이 가능할 때가 있죠.



그렇기에 검색도구에 들어올 땐 바로 저 검색창에 입력할 무언가를 사용자의 머릿속에 이미 담아두고 들어온다는 겁니다. 이미 검색할 키워드가 머릿속에 들어있고 그것만을 검색하기 위해 검색도구에 들어오는데 만약 이 화면에 여러 컨텐츠를 바글바글 뿌려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오히려 검색을 하려는 사용자의 목적을 방해할 뿐이죠.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언어적 특성은 동사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목적어는 없어도 동사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철수야 노올자~"

어머니 인터넷의 시작은 네이버가 기본


그런 특성이 고스란히 검색도구에 반영되면서, 일단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놀고 싶을 때 들어오는 곳이 네이버다 보니 이것저것 놀 거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던 거죠. 뉴스니 블로그니, 매거진이니, 쇼핑이니, 잡다한 모든 게 화면에 가득가득 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애당초 검색도구에 기대하는 심리 자체가 상대적으로 구글보다는 네이버에서 충족될 가능성이 높았던 거죠. 그만큼 너무나 당연한 놀이터였기에 어머님도 네이버가 아닌 다른 페이지의 등장에 당황할 수밖에요.


그런데 왜 갑자기 점유율이 추락하느냐!

자 여기부터는 제 뇌피셜인데, 네이버가 PC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모바일은 2018년 10월에 이런 모습으로 개편을 했단 말이죠?


네이버 그린닷 (좌) / 스마트폰 기본화면


왼쪽 그림을 보시면 바로 느껴지실 거예요, 마치 구글처럼 바뀌었죠?

저는 그걸 이렇게 상상해 봤어요. 오른쪽 그림을 보시면 제 스마트폰 캡처 화면이긴 합니다만, 제가 뭔가를 놀고 싶을 땐 놀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가 바로 스마트폰에 아이콘으로 널려 있어요.


웹툰부터, 게임, 뉴스로 앱으로 읽을 수도 있고 블로그도 읽고 채팅도 하고 모든 걸 앱에서 바로 접근이 가능하죠. 마치 네이버 PC 화면에 여기저기 뿌려놓은 컨텐츠가 하던 일을 이 아이콘들, 개별 서비스들이 모두 충족시켜주고 있어요.


그 와중에 굳이 네이버라는 검색도구를 켠다는 건, 정말 뭔가 검색이 하고 싶을 때나, 네이버 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나 키게 되곤 하더군요. 그런데 2018년 10월 이전의 네이버는 모바일조차 PC 화면처럼 덕지덕지 했던 게 기본 화면이었어요.

사용자는 이제 목적이 생길 때만 네이버를 켜게 되도록 니즈가 변화되어 가고 있는데 여전히 네이버는 '우리가 놀이터야 일단 들어와서 놀아'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부조화가 올 수밖에요.


거기에 그런 놀거리들 = 사진,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데이터 요금제도 뼈아픕니다. 그러니 더더욱 네이버보다는 단순히 목적을 빠르게 충족시켜 주는 구글이 더 좋을 수밖에요.

실제로 네이버의 하락 지표는 2019년부터는 하락 추이는 완전히 멈추고 미비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잖아요?


아마 더 입체적으로 검증할 근거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나름 그럴싸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를 통해 UX 설계자로서 크게 배웠던 건,


문화권의 차이는 확연한 특성의 분리로 이어져 불변의 영역으로 생각하기 쉬웠는데, 사용자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서 얼마든지 기존과 다른 변화를 보일 수 있구나, 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는 UX에 기인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 역시 변화를 읽고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저는 이제 슬슬 지쳐가는 나이니 이 변화를 과연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이제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또 다른 걱정과 함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