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가설과 검증의 연속
수업을 하다 보면 종종 제목과 같은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뭔가 한평생 입시미술과 겉핥는 대학 커리큘럼을 거치고 나서 마주한 UX의 민낯은 굉장히 낯설 테니 그럴 수밖에요.
거기에 요즘은 모를 땐 검색도구나 유튜브에 물어보면 모든 걸 속속들이 알려주는 세상이다 보니 더욱 답답할 거예요. 하지만 단순히 XXX 하는 법 찾아서 따라 하기만 하면 될 정도의 이야기였다면 과연 UX 직군이 직업씩으로나 존재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자, 이럴 땐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겁니다.
UX 디자이너는 뭘 하는 사람이죠? 쉽게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UX 디자이너들은 결국 내가 아닌,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의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1. 사용자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에 대한 이해
2. 수많은 선택 중에 흘러가는 사용자의 시나리오를 이해하기 위한 행동 경제학
3. 선택마다 느껴지는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
4. 사용자가 처해있는 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시장에 대한 지식
5. 시장 내에서 사용자가 이용하려는 서비스의 특수성, 위치
6. 사용자 개인이 아닌 사용자가 속한 집단에서의 공감 등...
뭐 필요한 능력이라면야 끝도 없이 늘어놓을 수 있죠.
나를 중심으로 고민하는 서비스는 편향적인 사고(Bias)로 가득하기에 오히려 타인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능력들이 요구됩니다.
UX실력이 늘려면 뭘 해야 하냐고요? 대답은 모든 걸 해야 해요.
하지만 이것만큼 무책임한 대답이 또 있을까요?
그래서 약간만 친절해 보자면, 저라면 단 하나의 노력을 시작으로 조금씩 실력을 키워볼 것 같아요.
바로 그건
끊임없이 가설을 세워보고 검증하기
우리가 수학 문제나 언어 문제들을 풀면서 실력을 높이는 법은 예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익숙해지는 것 만한 게 없어요. 생각하는 능력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솔직히 이게 어떻게 활용될지도 모르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경제학을 공부한다 한들 정작 적용할 방법 자체를 모르면 쓸모없는 공부처럼 느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예제 문제를 풀어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해당하는 심리 상황이나 여러 기반 지식들을 맞춰서 찾아보는 게 더 쉽게 배우는 길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봅시다.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미용사의 고민입니다.
남자 손님들은 왜 리뷰를 안 써줄까? ㅠㅠ
펌 하고 나면 너무 좋아해 이렇게 나온 적 처음이라고, 어떻게 이렇게 사진이랑 똑같이 해주냐고 좋아하시거든
남자분들은 사진 좀 그래 하셔서 사진도 못 찍는데 ㅠㅠ
가실 때 명함 봉투에 명함이랑 간식거리 넣어서 두 손으로 드리면서 리뷰 좀 잘 부탁드릴게요~^^ 굽신굽신 하는데 알겠어요, 꼭 쓸게요 하고 약속하시고 가시고는 안 써주셔 ㅠ
시간 지나도 안 풀린다고 나한테만 오겠다고 한번 오면 계속 오시는데 머리 할 때마다 왜 리뷰 안 써줘요~!!! 할 수도 없고 흑,
여자분들은 잘 써주시는데 남자분들은 왜 대체 안 써주실까 슬퍼 ㅠㅠ
남자분들이야 쉽게 공감할 수 있겠지만 아마 '대체 왜?'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이게 대체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보았어요.
먼저 단서가 될만한 사람들이 공감한 댓글
물론 예외도 많기는 합니다만, 상당수는 여기에 속할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게 남자들의 생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올까요? 먼저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점에서 추론을 시작해 봅니다.
대체 남자와 여자의 무엇이 차이가 있길래 이런 특이점이 나오는 걸까요?
전 먼저 여기서 가설을 '남자가 리뷰를 쓰지 않는 이유는 남녀의 심리나 어떠한 차이에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 하는 가정을 세워봅니다.
다소 포괄적이긴 합니다만 뭐 어때요 연습인걸요. 저는 이제 그 비밀을 찾기 위해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서 인터넷에 이거 저거 찾아보다가 한 가지 재미난 걸 찾았습니다.
남녀 간의 시장 소비에 대한 분석에 쉬이 나오는 자료이기도 한데요, 자료를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여자는 한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소비경험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고, 남자는 과정에 뭐가 있던 크게 개의치 않고 결과만을 향해서 직진한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여자들은 과정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고 남자는 단순히 목적 지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제 그럼 저는 저 위에 사례에 이 현상을 끼워 넣으면...
남자에게는 애당초 펌이라는 목적은 충실히 달성되었습니다. 결과에 만족했고, 동일한 경험을 위해 재방문은 당연한 일이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미용사가 부탁한 리뷰는...? 사실 목적과의 별개인 과정의 일부일 뿐이므로 쉬이 잊히게 됩니다.
하지만 댓글에 나왔던 '이 새끼만큼은 꼭 조져야겠다' 이 부분은, 애당초 펌이라는 목적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기에 이 목적을 망친 장본인에게 복수하겠다는 새로운 목적이 생겼기에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말 끼워 맞추기나 다름이 없죠?
하지만 허무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UX는 이래요, 완벽한 가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타당할 법한 논리를 가지고 계속 반복해서 실험하고 증명하면서 그 가설을 굳혀 나가면서 확신하는 것뿐이죠.
그러니 이렇게 사소한 문제라도 평소에 관심을 갖고 질문하고 증명하는 버릇을 들이면 좋겠어요. 그게 여러분의 UX 실력을 향상해 줄 지름길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적어도 이렇게 가설을 검증할 때에 충분히 넉넉한 선택지를 머릿속에 고민해 낼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이나 인간공학, 사회학, 문화학 등의 지식이 필요한 것뿐이에요.
처음에는 서툴러도 좋아요. 이런 단순한 유머 하나라도 그저 웃어넘기지 않고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알아가고 채워나가다 보면 분명 내일은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