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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Oct 18. 2022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쉬운 UX

복잡하게 생각하면 될 일도 안 되는 UX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건 UX란 걸 뭔가 대단히 새롭고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대단한 작업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인간은 항상 미지의 존재에 대해서 공포와 불안감을 갖기 마련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죠.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걸 불확실성에 대한 과민증이라고도 합니다만, 그냥 쉽게 설명하면 여러분이 UX에 대해 뭔지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라는 소리를 그냥 있어 보이게 말한 겁니다.


그럴 때, 좋은 UX 사례를 찾아서 설명해 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학생들은 막연한 불안감에서 나름의 안심을 하는 것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실제로 안심했다고 말로 하는 친구는 없었지만 눈빛이 그랬으니까요. 정말이에요?


출처 : 박준영 (주)반려견주택연구소 소장 네이버 포스트

괜찮은 UX 사례 중에 저런 예시도 있습니다. 저도 어린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딸아이가 큰 맹견들을 보면서 겁먹는 걸 볼 때마다 걱정이 되곤 합니다. 특히 아파트 단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갑자기 그런 맹견이 있을 때는 더더욱 긴장을 하게 되죠.


그런데 이 엘리베이터는 무려 친절하게도 안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개가 타고 있다는 시그널을 외부에 표현해 줍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탑승 대기자에게 어느 정도 대응을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자, 여기서 어마어마한 신기술이 쓰였냐? 전혀요. 버튼 눌렀을 때 LED 불 켜놓는 게 뭐 대단한 기술입니까? 스위치 누르면 불 들어오는 건 굳이 LED가 아니더라도 내일모레면 40인 제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존재해 왔던 흔하디 흔한 기술일 뿐입니다.


그저 이게 좋은 UX로 꼽힐 수 있던 건 단순히 기능이 화려하고 새로워서가 아니라, 일정한 문제 Pain Point를 겪고 있는 사용자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저 시나리오가 적절하게 덧입혀져 있을 뿐이에요.


저는 이 예시를 들면서 학생들에게 늘 가르치곤 합니다.

전혀 새로운 걸 만들려고 노력하지 말아요. ICT 서비스를 기준으로 한다면, 기존에 존재했던 소소한 댓글창이니 이미지 뷰어니 그저 존재했던 것들 그대로 사용해도 상관없어요. 다만 고객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기존 기능들을 재조합하고 재배열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좋은 UX가 될 수 있어요. 마치 남들의 사진을 보고 열광하며 댓글 다는 '인스타그램'처럼요.

(이건 UI 디자이너 관점이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이 갖는 Recommendation Engine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


다른 예시도 볼까요?

제가 좋아하는 하인즈 케첩의 패키지 디자인


이건 앞선 엘리베이터 버튼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UX 사례일지는 몰라요. 왜냐하면 기능적인 형태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시나리오를 입혀 UX를 강화한 게 위 엘리베이터 사례라면 이건 조금 더 큰 도전을 했거든요


바로 무려 뚜껑의 사이즈가 커졌습니다.

기존의 형태에서 사용자의 Pain Point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형을 가해 주었거든요. 자잘한 라벨지의 디자인 방향이 거꾸로다 그런 거 말고, 바로 저 뚜껑의 넓이가 커졌거든요.


'뭐 이게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UX관점에서 어마어마한 변화예요?

케첩을 짤 때마다 수없이 흔들고 털어대는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무려 수백 년 전에 떨어지는 사과를 얻어맞고 발견해낸 중력의 법칙을 이용한 과감한 시도거든요.

보세요 중력을 이용해 케첩을 흔들 필요 없이 바닥에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도록 만들기 위해 뚜껑의 면적을 과감히 넓혀 스스로 자립해 있을 수 있도록 인위적인 변형을 가해주었잖아요?


오히려 이걸 대수냐고 생각했다면 다행이에요. UX란 건 사실 대부분 이런 것들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시시하죠? 저는 여러분들이 UX를 이렇게 만만하고 시시하게 이해하고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거든요.


이 글에서도 다뤘던 내용인데,


창의성에만 집중한 정신나간 다이얼 디자인


목적 없는 새로움은 오히려 사용자에게 고통을 줄 수 밖에는 없거든요


UX를 편하게 생각하세요, 별것 아니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대학에서 배운 적이 없다고 미지의 영역으로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요

눈곱만 한 변화에도 사용자에 대한 고민만 들어가면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정도로 그만큼 만만하고 쉬운 게 UX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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