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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Oct 05. 2022

UX는 사용자만 생각하면 안 돼요

이익을 내기 위한 최적의 밸런스를 찾아서...

분명 UX는 영어로 풀어놔도 User Experience 입니다. 사용자 경험이죠.

그런데 대뜸 사용자만 생각하면 안 된다니 뭔 소리인가 싶으시겠죠?


사실 우리가 하는 게 학교의 동아리 활동이라면 오로지 고객만 생각하는 자세는 나쁘지 않아요. UX가 뭐 있나요, 고객의 경험을 기반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거니 당연한 일이죠.

동아리는 우리와 열정과 시간을 온전히 쏟아 만들어낸 결과 그 자체만으로도 경험이 되니까요.



오로지 고객만을 생각하는 UX는 유니콘과 같은 존재

안타깝게도 우리가 일하는 환경은 회사입니다. 

우리의 열정으로 고객을 이해하는 것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죠.

UX 디자이너가 찾아야 할 이상적인 밸런스


가장 압축한 예시로는 위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고객(사용자) : 요건 너무 당연하게도 알 것이고...

경영진(회사) : UX액션의 경제적 타당성? 수익모델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보죠

동료(실무진) : 동료들의 역량과 우리가 선택 가능한 UX의 방법과 결과에 대한 수단들을 생각하면 됩니다.


아마 여기까지는 이해가 쉽지 않을 수도 있어서 예시를 하나 들어볼게요.

우리가 쇼핑몰에 대한 UX를 개선한다고 말이죠. 여기서 고객의 니즈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도출되었습니다.

1. 보다 경제적이고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과 쿠폰 발급

2.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효율적이고 정확한 검색 장치


고객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는 대안은 너무나도 명확해요

1. 보다 경제적이고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과 쿠폰 발급

> 할인 이벤트 행사와 함께 쿠폰을 많이 발급해준다

2.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효율적이고 정확한 검색 장치

> 제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아주 많이 많이 보완하고 검색 색인 작업을 촘촘하게 한다


뭐 이런 식이 되겠죠? 그럼 모두가 행복할까요?

아마 사용자를 제외한 모두는 비명을 지를지도 모릅니다.



기업은 수익 창출을 위한 조직입니다

먼저, '1. 다양한 프로모션과 쿠폰 발급' 이건 회사, 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비용입니다. 그럼 여기서 나올만한 반론은 '마켓X리 같은 곳은 몇천 원짜리 쿠폰도 자주 발급해 주는데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분명 마켓컬리는 물류비용부터 다양한 부수비용을 소진하고 있는데 가격을 크게 할인해주는 쿠폰도 주고 있으니 이게 다른 기업도 가능할 거라 보이겠죠.


시장조사해봤더니 쿠폰 발급된단 말이예요!


자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 PSR (Price Sales Ratio)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이건 쉽게 생각하면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좋은데, 흔히 투자를 받거나 상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당장의 매출을 키워 규모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고객 유입을 위해 쿠폰 발행을 투자로 단행하는 거죠. 분명 그 뒤에 투자금과 상장이라는 큰 결과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럼 이걸 일반 기업에서, 상장할 일이 없거나 ROI(Return On Investment)를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는 저런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뜸 기업 성장 전략 자체가 다른 벤치마킹 사례를 들고 와서 UX 개선 결과물이라고 들고 오면 경영진은 얼마나 황당할까요?


네놈이 회사를 말아먹을 놈이구나


그리고 대체로 입사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평가하는 평가관들은 한 조직의 장으로, 기업 내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지표를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 역시 회사와 경영진의 입장을 모를 리가 없거든요.


그럼 경제적인 타당성이 0에 수렴하는 논리를 들고 온 지원자에게 어떤 결과를 돌려주어야 할까요?



방법은 좋더라도 물리적인 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이번엔 '2. 효율적이고 정확한 검색 장치' 이걸 생각해 봅시다. 이건 가능하다면 굉장히 좋을 겁니다. 아니 무조건 좋을 겁니다.


그런데 전 닳고 닳은 수전노 같은 사나이, 이것도 호의롭게 넘어갈 수 없죠.

자, 제가 회사에 가서 무언가를 추진하기를 꺼려하는 실무진과 가장 손쉽게 싸움을 시작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를 알려드릴게요, 기억하세요.


네X버는 되던데 왜 안돼요?


이 문장이 입술을 통해 흘러나가는 순간 곳곳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올 겁니다. 이건 장담할 수 있어요.

아무리 좋은 방법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실제 기업마다 가진 자원과 인프라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기술력과 같은 무형의 차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서버 환경과 같은 물리적인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효율적이고 정확한 검색 장치를 봅시다. 이걸 위해서는 상품을 분류하는 데이터가 세밀하게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이건 대부분 노가다입니다. 실제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X와 같은 곳도 직원의 1/3 이상은 이런 데이터를 '최첨단 수동'으로 관리하는 인원일 정도니까요. 심지어 네X버 같은 곳은 이 다X와에서 이렇게 노가다로 구축한 상품 데이터를 사 간다는 풍문도?


어찌 되었든 우리 회사는 끽해야 50명 정도의 작은 기업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여기엔 인사관리, 총무, 개발자, 마케터 등등등 여러 직군의 사람들이 존재할 거고, 다들 숨 가쁘게 일이 바쁠 겁니다. 그럼 누가 이 데이터는 관리할 건데?


아무리 좋은 UX 방법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환경에서 할 수 없는 일은 결론적으로 제대로 된 UX라고 할 수 없게 되어버려요.



실력 있는 UX디자이너(설계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만을 바라보지 마세요. 경제적인 효과와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하고, 그리고 내가 속한 조직에서 실현 가능한 방법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밸런스를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UX 디자이너는 결국 올바른 대안 도출을 위해서 사용자(시장)를 이해해야만 하지만, 경제적인 타당성을 위해 비즈니스 자체를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현 가능한 방법론인지를 구분하기 위한 여러 직군, 특히 ICT 기업에서는 개발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참 쉽죠? 그립네요 밥로스 선생님


그리고 추가 팁은, 저 모든 밸런스를 통틀어도 문제에 직면했을 때 빠르게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통찰력과 순발력. 경험이 풍부하고 지식이 출중한 UX설계자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도출한 방법론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 실현 가능한 여러 대안들도 도출해내는 능력 역시 뛰어납니다.


사실 이제 입사지원을 하는 신입들에게 이 정도까지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지향점을 염두에 두고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 존재할 수 없는 유니콘이 담겨 있지는 않은지 가만히 돌아보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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