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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18. 2022

대학 과제물을 UX포폴에 넣어도 되나요?

이런 질문은 왜 하나 싶지만 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질문

제가 받아봤던 질문 중에 가장 황당한 질문이었습니다


샘, UX포폴에 대학 과제물 넣어도 되나요?


무슨 소리인가 가만히 들어보니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더군요.

1. UX프로젝트를 학교 과제물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영역의 프로젝트로 이해한다는 점

2. 대학교 커리큘럼이 아직도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UX를 전혀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


비싼 등록금 받아먹고 대체 대학교는 뭘 가르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 역시 처음 취업해서나 아니면 이후 제 동기들이 취업해서 겪는 어려움을 떠올리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넣어도 돼요, 못 넣을게 뭐가 있어요?

오히려 넣어야 해요!



UX는 유별나게 새롭고 결이 다른 개념이 결코 아닙니다.

(좌) 태국 세이곤 스퀘어 쇼핑몰 / (우) 국내 반려견주택연구소 제공


두 엘리베이터의 UX 사례가 있습니다.

왼쪽은 태국의 한 쇼핑몰에 있는 엘리베이터인데 딱 봐도 뭔지 감이 오죠? 층 버턴을 발로 누르는 엘리베이터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손으로 뭔가를 만지기가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죠. 발은 어차피 오염되어도 집안에는 신고 들어가지 않으면 전혀 상관없는 착용물이다 보니 훨씬 심리적인 부담이 덜하죠.


여기서 UX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이 사용되었는가?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그저 엘리베이터 문 옆에 붙어있던 층 버튼을 그저 바닥으로 옮겨놨을 뿐이에요.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접근이지만 사용자가 걱정하는 요소만을 해결해준 사례이죠.


이건 무얼 말하느냐, UX란 건 쉽게 생각하면 정말 쉬워요. 사용자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형태로 제공되기만 해도 기존에 존재했던 기능이나 개념들도 충분히 좋은 UX로 발전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자, 오른쪽 사진도 몰까요? 반려견 동반 편의를 위한 국내의 엘리베이터 사례입니다. 탑승 시에 층 버튼 하단에 있는 PET 버튼을 눌러두면 탑승 대기를 하는 고객에게 시각적 피드백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기능이죠.

가끔 저도 엘리베이터 타는데 갑자기 큰 개가 튀어나오면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작은 표시 하나로 탑승 대기자는 충격에 대비할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겠죠.


이것도 아주 신기술을 사용한 완벽히 새로이 창조해낸 개념이냐? 아니에요, 버튼 누르면 불 켜지는 게 뭐가 그렇게 새롭습니까? 이건 여러분이 태어나기 전에도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고 개념이에요.

이렇게 UX는 기존에 존재하던 개념에 아주 작은 해석을 더했을 뿐인데도 사용자에게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UX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거죠.


어때요, UX 알고 보면 별거 아니죠?

그러니 여러분 포트폴리오에 별나라 세상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일단 버립시다.



UX 프로젝트가 우선 들어가야 하는 건 맞아요.

자아, 만약 기존 과제물 중에 저런 UX 접근이 전혀 없다면 일단 뭔가를 만들어서 포폴 집의 가장 앞에 넣어야 하는 건 맞아요. 여러분이 지원하는 직군은 UX 디자이너니까요.


저는 보통 학생들에게 포트폴리오 집에는 보통 2~3개의 UX 포폴을 담는 게 좋다고 권장하긴 해요. 그럼 딱 그것만 넣고 마무리하느냐! NOPE, 절대 아닙니다.


그 뒤에는 여러분이 그간 해왔던 대학 과제물들도 타이포가 됐든 그래픽 디자인이 됐든 아니면 편집 디자인이 됐든 간략하게 추려서 뒤쪽에 넣어주라고 하고 싶어요. 단 퀄리티가 된다는 전제 하에, 그리고 지원하는 회사에서 포트폴리오의 장표 제한을 크게 두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유는, 일단 아무리 UIUX라고 할지라도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닙니다. 미디어가 웹이나 스마트폰 같은 환경이기에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뿐이지 거기에 담기는 레이아웃 짜고, 타이포 구성하고, 색상을 다루는 등의 디자인 기본기는 여러분이 배워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기본적인 디자인 스킬을 잘 다뤄온 친구가 UI 결과물을 더 좋게 내어놓을 확률은 훨씬 높아요.


포트폴리오의 앞쪽에는 UX 프로젝트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근거와 UX 디자이너로의 성장 가능성을 어필한다면 뒤에 이어지는 과제물들로는 디자이너로의 기본적인 완성도를 어필하기엔 충분합니다.



몰랐더라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이런 여러분의 막연한 두려움은 대학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요.

가끔 너무나 의아해서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대학 커리큘럼을 받아서 한 번씩 보곤 하는데, 이건 인서울이나 아니나 상관이 없어요. 그저 어디 책에서만 본 UX를 학문적으로 가르치는 것 외에 어떤 경험적인 사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더군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니 어깨를 펴세요.

하지만 이제부터 내 잘못이 아니라고 도망치는 건, 여기부터는 여러분의 잘못이 됩니다.



지금의 무기력함에 주저앉고 싶을 땐 이 글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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