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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Dec 14. 2022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추천한다는 것

맞춤/추천은 매직 키워드가 아닙니다, 근거가 있어야해요

보통 수업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기 어려운 게 시장의 Pain Point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취향 맞춤 서비스를 제안으로 UX 개선을 해보려 합니다."


이럴 때 드는 생각은.. 키야..! 이놈 참 고달프겠구먼?

이때부터는 학생이 생각하는 맞춤(추천) 서비스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하기 위해 스무고개를 시도해 봅니다.


사용자에게 맞는 운동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가정하고 대화를 써봅니다

나 : 자, 학생은 어떻게 사용자의 취향을 찾아 맞는 운동을 하려고 해요?
학생 : 네, 가입할 때 취향 정보를 수집해서 추천할 겁니다.
나 : 음 그래요? 어떤 걸 질문하면 사용자의 취향을 알 수 있을까요?
학생 : 직업이나 나이나 이런저런 질문들을 해보면 취향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나 : 자, 학생이 소개팅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가벼운 질문 몇 가지 만으로 그 사람이 진심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 : 그건 아니죠, 하지만 질문을 자세히 하다 보면...
나 : 그럼 허들이 높아지고 사용자는 스트레스를 느낄 텐데요?

이때부터는 10에 9는 말문이 막혀갑니다. 나머지 1은 그냥 고집을 피우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용자의 취향' 자체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도 없이 그냥 막연하게 추천(Recommendation) 하면 뭔가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추천 자체가 이렇게 어려운 일일 거라는 걸 예측이나 했을까요?


저는 그래서 이런 추천을 하려는 친구들에게는 먼저 이렇게 권합니다.


추천을 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사용자가 선호하는 방향(카테고리)을
이해하는 게 먼저여야 해

                     

이야기가 어렵긴 한데, 쉽게 운동을 예를 들어 봅시다.


1. 체중 감소가 효율적인 운동이 좋을까?

2. 누군가 함께하며 동기부여가 되는 운동이 좋을까?

3. 큰 비용 투자 없이 가볍게 하는 운동이 좋을까?

4.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운동이 좋을까?

5. 전문적인 지식 여부에 상관없이 하는 운동이 좋을까?

등등.


이건 제 단순한 가설로 일단 적어둔 것들이긴 합니다만, 데스크 리서치나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통해 실제 저 중에 워킹하는 인사이트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그리고 만약, 우리가 타겟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와 이를 대상으로 한 타겟이 저 중, 4번을 운동을 탐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한다는 근거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이 사용자들에게 직업과 나이를 물어본다고 한들 최적의 운동을 추천해서 연결해 주는 게 가능할까요?


이때부터 서비스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운동을 찾아내기 위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대, 운동에 투자할 수 있는 소요시간, 운동을 실제 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들에 대하여 여러 운동을 색인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용자의 현재를 파악하고 제안하려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도 작동할 가능성이 커요, 사용자가 선호하는 방향에 대한 가설을 리서치를 통해 증명했고 이에 대응하도록 서비스를 구축하고 시나리오를 구성했으니까요.


고민 없는 추천은 여우에게 권하는 호리병처럼 불쾌합니다


학생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하지만 실무에서도 주니어급에서도 이런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터뷰를 잔뜩 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친구들.


나쁜 접근은 아닙니다, 다만 사용자는 보통 스스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반 직관의 영역에 놓여 있는 상태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단 건 질문에 따라 대답이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과 동시에, 명확한 가설 없이 무작정 늘어놓는 질문은 아무런 소득 없이 비용만 낭비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겪어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렇게 받아놓은 설문으로는 대체 뭘 해야 할지 감도 안 서기 때문이죠.



취향을 비롯해서 인간의 욕구를 알고자 할 때는 무턱대고 물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충분한 경험과 조사를 통해 '이러이러한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듯 접근해야만 합니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추천해주면 UX가 개선되지 않을까요?'....????


필터가 세밀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MUSINSA


야! Recommendation Engine 만드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그럼 지금 수많은 커머스 기업들이 상품 추천하는데 왜 추천을 하고 그걸로 모자라서 상품 색인화를 하고 다시 카테고리화 하고 필터 조건을 세밀하게 잡겠냐! 이것도 다 사람이 분류하고 검수해야 하는 작업들인데!

회사가 돈이 남아돌아 단순 업무를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채용을 확대하려고 일부러 하는 일일까요?


UX에서는 어떠한 인사이트도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항상 본인이 기준(가설)을 세우고 이 기준을 검증하고 증명한 뒤에야만 인사이트로 활용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그리고 추천은 단순한 매직넘버가 아닌, 사용자의 기본 행동 원리를 온전히 이해해야만 활용할 수 있는 굉장히 고차원적인 방법이란 것 또한 알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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