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Jun 30. 2023

최소한 하나는 검증해 봅시다

가설 검증은 그다음을 있게 합니다

최근 서비스 검색 관련된 개편 회의를 하다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사 서비스의 열위요소를 분석하고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하는 기획자, 그리고 시간이 없으니 예비로 준비해 둔 디자인 시안을 소위 말하는 스킨 씌우기라도 얼른 하자는 디자이너.


결론 적으로 말하자면 전 두 의견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비스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게 뭐가 잘못됐는지 파악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보자고 하는 기획자나, 현재의 사용성에 기반해서 심미성을 올려 사용자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자는 디자이너. 둘 다 옳은 말이잖아요?


제대로 된 개편을 하려면 기획자의 의견이 백번 맞겠지만, 우리 옛말에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기능을 유지한 채로 스킨갈이 하는 건 그렇게 큰 개발 리소스를 소모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디자인 파트에서 퍼블리싱까지 모두 준비해 둬서 1~2주면 끝날 정도였기에 더더욱이요.

단, 여기까지였다면 말이죠.


감정 소모는 늘 귀찮은 일이지만 종종 벌어지곤 하죠


아마 디자이너가 남몰래 준비를 더 있었던 모양입니다. 검색 결과화면의 트렌드를 완전히 뒤집는 시안을 들고 왔더군요. 그리고 이것까진 적용해 보고 싶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가 어디서 컨설팅을 받았는데, 카드 타입의 리스트뷰가 UX가 가장 좋다고 이렇게 해야 한답니다.

앞뒤가 없어서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 보니, 이거 저거 떡칠된 현재의 카드 타입 서비스 검색 결과를 단일 뷰타입으로 깨끗하게 정리하겠다는 뜻이었던 거 같습니다.


기획자는 난색을 표했죠, Biz전략이 녹아내리는 검색결과를 일순간에 뒤집을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요.

저는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혹시 검색결과 개편으로 증명하고픈 가설이 뭔가요?


지체 없이 되돌아온 대답은 "사용성이죠!"

뭐랄까 저 대담하면서도 당당하기까지 한 표정을 보니 가슴 한편이 조금은 아린 것 같으면서 뜨끈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맞지만 틀린 대답이었으니까요.



사용성은 그저 하나의 큰 흐름을 지칭할 뿐이지 그 자체로는 구체적인 방향이 될 수 없습니다. 20대가 보는 화면과 50대가 보는 화면이 같은 UI로 제공된다면 두 집단은 동일한 '사용성'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적어도 무언가를 개편할 때에는 '이건 이래서 이렇지 않을까요?'라는 최소한의 근거를 가진 가설을 가지고 접근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작 프로젝트를 완료한 이후에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없으며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개편을 했는데 지표가 올랐다고요? 그러는 동안에 마케팅 팀은 놀아서 MAU를 못 올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상품팀은 심심해서 최신 트렌드의 유용한 상품을 들고 오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콘텐츠팀은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까요?


명확한 지표, 수치 분석을 위해서도 가설은 명확한 편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게 되면 그냥 개인의 주관일 뿐이니까요. 적어도 여러분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고(가설을 세우고) 그걸 증명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저 친구는 못내 사직서를 냈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UX 리서치 가설을 만드는 기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