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과 꿈과 기분>
마약 김밥 같은 에세이.
부담 없는 가격에 가볍게 먹지만 먹다 보면 중독성이 있어 마약이라 불리는 김밥처럼
김종완 작가의 [밤과 꿈과 기분]은 딱 그런 맛이다.
특별한 일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을 읽다 보면,
어느 건 내 얘기 같기도 하고 또 어느 건 엉뚱한 상상을 잘하는 소년의 얘기 같기도 해
슬금슬금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고 대놓고 빵~터지는 웃음도 아니어서 전철 안에서 읽기에도 좋았다.
책 사이즈도 작고 얇아서 한 손에 들고 다니기도, 가방 안에 넣고 다니기도 부담이 없다.
각각의 페이지들이 독립된 내용이어서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상관없어 더 좋다.
게다가 중간중간 여백의 미까지 더해져 글자 없는 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뉴스를 보다가 이 세상은 결국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다가,
결국 어떻게 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결국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다가, 죽겠지, 결국엔.
결국엔 죽는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봤던 동화의 결말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니라
결국 나라는 이야기의 결말은 죽었을 것 같다도 아니고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도 아니라 여차저차 살았습니다만, 죽었습니다. 가 될 것이다.
( 중 략 )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기다리면 아무튼 오는 죽음이 내게 도착하기 전까지
연극이든 여행이든 미로 찾기든 재밌게 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가니까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늦지 않게 가보고,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가급적 해 보는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살다가, 약간의 후회만 남긴 채 죽었다.라고 내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후회가 전혀 없을 수는 없을 테니까."
< 밤과 꿈과 기분 p82~84 >
이 책의 본문처럼,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이 세상이 어찌되려고 저러나 싶은 일들 투성이다.
그런데 "결국 어떻게 되는건 세상이 아니라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문장 앞에 '맞아! 그렇지.' 하며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세상 앞에 무력한 나는 쓸데없는 걱정거리로 잠 못 들 때도 있고
어느 순간 잠이 들어 꿈을 꾸기도 하지만 깨고 나면 기억조차 불분명한 꿈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하는데
마치 내 머리 위에 드론을 띄워 그런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김종완 작가의 글들은 순간순간 내 마음을 꺼내 펼쳐 놓는다.
특히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뾰족해지면 “배가 고파서 그럴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때 엄청 뜨끔했다.
나 역시 배가 고프면 그야말로 폭발 일보 직전이 되어 나 자신이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내게 도착했을 때, 마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읽고 있었는데 '밤과 꿈과 기분'을 펼치니 하루키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들리는 듯했다.
김종완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읽을수록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리게 되어
다른 책도 몹시 궁금해진다.
어찌 됐든 잠시 근심을 내려놓고 살포시 미소 짓게 하는, 기분 전환에 도움을 주는 반가운 책이다.
도 서 : 밤과 꿈과 기분
저 자 : 김종완
출 판 : 별빛들
발 행 :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