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wamp Thing 물의 기억과 습지생태 이야기
영화 [미나리]로 친근하게 시작하는 이 책 [My Swamp Thing 나의 스웜프 씽]은
물의 기억과 습지생태라는 매우 전문적인 이야기로 확장되며
내게 무척 생소한 분야여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의 환경 생태학 교수로 재직 중인 안창우 박사가,
습지에 매료되어 평생 습지 생태계를 연구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자 자서전 같은 책이다.
'스웜프 씽(Swamp Thing)'은 1982년 개봉된 영화 제목으로,
습지 괴물이 악당들과 맞서는 일종의 슈퍼히어로 영화의 캐릭터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안창우 박사가 자신의 이미지를 스웜프 씽에 투사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
습지에 대해 우린 막연하지만 왠지 음습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부패한 정치인들을 늪(Swamp)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습지에 대해 무지한 우리들에게 그 중요성을 일깨워 주려고 고군분투하는 스웜프 씽이 곧 안창우 박사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들과도 협력해
습지 보존 환경에 대한 캠페인을 로맨틱하면서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습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몇 달 전 '델리어 오언스'의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습지에 대한 작은 호기심이 일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환경에서 어린 소녀 카야가 혼자 살아 낸 곳이기 때문이다.
안창우 박사도 이 책을 읽고 무척 감동을 받았고, 작가 델리어 오언스를 학교 세미나에서 직접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선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일본의 오제 습지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해발고도 1,500미터 정도에 위치한 오제 습지는 2005년 람사르 조약에 의한 습지 보존지로 지정되어 있다.
그 안에서는 차도 다닐 수 없어 1시간 이상을 걸어서 들어가야 했고
비누, 치약 등 일체의 화학제품도 사용할 수 없었다.
산장에서 이틀 밤을 지내는 동안, 드넓은 습지에 깔린 좁은 널빤지 위를 새벽부터 일몰까지 걸으며
시커먼 습지 속에 하얀 물망초가 피어 있는 풍광을 보았다.
진흙탕 속에 핀 연꽃처럼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순천만 습지에서 본 갈대숲과 두루미, 갯벌 위를 수없이 돌아다니는 작은 게들이 떠올랐다.
이것이 내가 아는 습지의 전부다.
매년 2월 2일이 유엔에서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라는 것과
자연습지의 훼손을 완화하기 위해 다른 장소에 조성된 습지은행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도시 개발과 농경지 확장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자연습지의 50%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몰랐으며
습지가 있어야만 쓰나미, 허리케인, 폭풍해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게다가 습지는 단순히 물을 머금고 있는 젖은 땅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로 인해 지구가 숨을 고르고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내가 전혀 모르고 살았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며,
우리 모두 조금이나마 습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환경과 지구의 미래를 위하는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 서 : My Swamp Thing 나의 스웜프 씽
저 자 : 안창우
출 판 : 지오북
발 행 :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