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가의 시선으로 본 도덕경

지금 당신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면...

by 밀밭여우

'무엇이 우리를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하는가'라는 부제를 단 또 한 권의 도덕경을 만났다.

시중에 도덕경을 해석한 책들은 이미 수십 권이 있지만

나는 올가을,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중 세 권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모두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어 서로 비교하며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로 읽은 [나 홀로 읽는 도덕경 (최진석 著)]

노자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공자의 사상을 함께 비교하며 도덕경의 뜻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두 번째로 읽은 [노자의 마음공부 (장석주 著)]

도덕경의 구절들을 인용해 작가 스스로의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피력한 책이다.


세 번째로 읽은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 著)]

원문 그대로를 읽어주되 최소한의 해석과 번역으로, 이해는 온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책이다.


[길을 찾는 책 도덕경]의 저자 '켄 리우'는 중국에서 태어난 1976년 생으로

열한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컴퓨터과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SF계 소설가이자 미래학자로 유명하다.


저자의 이런 독특한 이력 덕분에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긴이는

"도덕경의 원문과 친숙한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갔다"라고 말한다.

즉, 이 책은 고대 중국어를 '켄 리우'가 영어로 번역했고

그걸 다시 시인이자 번역가인 '황유원'이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약간의 의구심이 생겼다.

열한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중국인이 과연 모국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것도 고대 중국어를…


하지만 켄 리우는 이렇게 말한다.


"[도덕경]은 고전 중국어에서 현대 영어로 옮겨지는 게 아니라,

노자의 언어에서 번역가가 발명해 낸 새 언어로,

노자의 발자국을 따라 옮겨지는 것이다."

(p186)


81장으로 이루어진 도덕경의 말씀은 애초에 "도는 물과 같다(도덕경 8장)"고 표현한 것처럼

각자의 경험과 내면의 그릇 모양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언어로 설명한 들 그 진정한 뜻을 깨우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어를 현대 영어로,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옮겼지만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각자의 새로운 언어로 우린 그저 노자의 발자국을 따라갈 뿐이라고 말한다.


마치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깨우침은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내 말은 이해하기 쉽고, 내 길은 따르기 쉽다.

하지만 세상은 이해하지 못하고, 따르지도 않는다.

<중 략>

조화를 아는 것은 곧 영원을 아는 것이다.

영원을 아는 것은 곧 맑음에 도달하는 것이다."

(p150~151)


켄 리우는 노자가 오해받기 쉽고도 흥미로운 말을 잘하면서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괘념치 않기에

오늘날 그가 살아있다면 트위터를 아주 잘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만큼 노자가 말하는 도(道)는 언뜻 들으면 귀신 씻나락 까먹는 듯해 반박하고 싶다가도

찬찬히 곱씹을수록 인간의 본성이 우주의 조화에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비웃음을 사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가 되기에 부족하다.(도덕경 41장)"


노자 아포리즘의 정수인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없다면,

노자가 시니컬하게 던지는 문장들을 주워 담아

켄 리우가 위트 있는 해석으로 재탄생시킨 이 책을

당신이 꼭 읽기를 강력 추천한다.


*노자 아포리즘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담긴 간결하고 함축적인 명언(아포리즘)으로,

삶의 지혜와 처세의 원칙을 담은 짧은 문장을 의미한다.



도 서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저 자 : 켄 리우

번 역 : 왕유원

출 판 : 윌북

발 행 : 2025.11.2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