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인격”이란 게 있다고~~!!!

< 영화, 얼굴 >

by 밀밭여우

극장에서 놓친 영화 [얼굴], 넷플에 올라왔길래

망설임 없이 봤다.

배경은 70년대 청계천 피복공장지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발판이 되었던 곳이다.

당시 시골에서 상경한 어린 여성들이 가장 많이 취업했던 곳이기도 하다.

피복 공장 앞에 좌판을 펴고 도장 파는 일을 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장님이었음에도 남다른 손재주로 가장 아름다운 글자로 도장을 팠다.

하지만 장님이었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대놓고 무시했다.

피복공장에서 일하던 한 여성이 그에게 말을 붙였다.

그녀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주변사람들로부터

괴물이니 똥걸레니 하면서 사람 취급도 못 받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도울만큼 마음씨가 고왔다.

’ 도장이 참 예쁘네요~‘

그 남자는 그녀의 친절에 감동했다.

처음 경험하는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저렇게 이쁜 여자를 누가 채가기 전에 얼른 잡어~~’

그래서 그 둘은 결혼했다.

그리고 40여 년이 흐른 뒤,

그녀는 백골이 진토 되기 일보직전에 발견되었다.

이미 40여 년 전에 그녀는 죽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지난한 세월의 이야기는 넷플에서 확인하시길~


’ 아버지 왜 그랬어요?‘

아들이 묻자 그 남자는 대답한다.

‘나는 장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을 무시당하고

잘못한 것도 없이 억울하게 맞고 살았다.

그때 깨달았지.

아름다운 것에는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면서

아름답지 못한 나 같은 장님은 이유 없이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것을.

그래서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파서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런데 친구란 놈이 찾아와 그러더구나.

’ 네가 장님이라 마누라 얼굴을 못 보는 게 오히려 다행이여 ‘라고.

네 엄마가 괴물같이 생겼다고.

그때서야 알았다.

사람들이 그동안 계속 나를 멸시하고 조롱했다는 것을.‘

그 남자를 지금껏 버티게 해 준 인생철학이 무너져 내린 사건이었다.

영화 상영 시간 103분 내내 그녀의 얼굴을 우린 볼 수 없다가 마지막 장면에서야 딱 한번 그녀의 얼굴 사진이 공개된다.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괴물 소리를 들을 만큼 못생기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녀가 너무 착하고 여려서 장난 삼아 놀렸던 걸까?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

차라리 얼굴을 공개하지 말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수록 상상력은 커진다.

한 번도 보여주지 않고 그저 괴물이라고 놀림받았던 얼굴이기에 내 머릿속엔 그녀의 얼굴이 이미 괴물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충격이 컸다.

이쁘다~이쁘다~하면 정말 예뻐 보이고

밉다~못생겼다~하면 정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얼굴이 예뻤든 못생겼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남자의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다는 점이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사람은 자존감을 지키고 인격적으로 존중받을 때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지니까.


결국 주변인들이 그 여자가 아닌 그 남자를 진짜 괴물로 만들었다.





영 화 : 얼굴

감 독 : 연상호

주 연 : 권해효, 박정민

개 봉 : 2025.09.11

상 영 :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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