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있다]
‘너에게 할 말 있어‘
불쑥 다가온 친구의 이런 말은 왠지 나를 긴장시킨다.
뭔가 일이 잘못되었거나, 내가 무얼 잘못했나? 라는
생각부터 들게 만드는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한국을 바꾼 역사의 순간”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
[할 말이 있다]는 그래서 선뜻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 식민지를 거쳐 광복 80년을 넘어선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격변의 시간을 지나오며
치열한 역사를 말과 글로 성토한 현장을 보는 듯해 가슴이 아팠다.
누군들 왜 할 말이 없었겠는가.
위로는 지도자와 지식인부터
아래로는 일개 촌부에 이르기까지
각자 나름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왔기에
가슴속엔 저마다 뱉지 못한 말들이 쌓여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할 말을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 책은 1945년 해방을 맞던 해부터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발표한 연설문, 시, 칼럼, 성명서,
양심선언, 고발장, 선고문 등등
다양한 형식의 말과 글을 수집해 53편으로 엮은 인문서다.
그중 본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함석헌 선생의 [할 말이 있다]다.
함석헌 선생은
사람 안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고결한 생명의 힘,
즉 각자가 깨어 있을 때 나타나는 자율적 의식을
‘씨알’이라 명하고 이 씨알이 주인 되는 질서를
민주주의라 주장했다.
1957년 <사상계> 3월에 올린 이 글은
당시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사는 비겁한 민중들과
그들 위에 군림하던 특권계층을 향해 던진 쓴소리다.
“저와 조금 다르면 공산당이라, 비국민이라, 이단이다!
제발 그런 소리를 맙시다! 시대착오다.
역사의 거꾸로 감이다. 하늘 명령 거스름이다.
제발 이 민중이 할 말을 하게 하라!” (p83)
할 말을 하지 못하게 했던 시대에 쓰인 이 글이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지식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일반인조차 SNS를 통해
막말을 던지는 시대다.
할 말을 하지 못했던 과거나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쏟아내는 현재나
여전히 “저와 조금 다르면 공산당이라, 비국민이라, 이단이라” 말한다.
이것은 보수니 진보니 중도니 할 것 없이 다 마찬가지다.
함석헌 선생은 지금의 우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목숨을 걸고 양심껏 할 말을 해놨더니
이제는 너무 많은 말들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야단치시지는 않을까 싶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AI와 경쟁하게 될지도 모를 미래가 멀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과거사로 잘잘못을 따지며 아웅다웅할 것인가.
과거를 파헤치고 응징하고 청산하는 일은
또 다른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삶의 미래가
우리에게 발등의 불처럼 다가오고 있다.
대쪽같은 말보다
펜촉같은 글보다
때론 침묵으로 감싸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나아가는 길만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새역사를 쓸 것이다.
우리의 후손을 위해!!
도 서 : 할 말이 있다
저 자 : 김삼웅
출 판 : 달빛서가
발 행 :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