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
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에서 칠레로 향하던 비행기 한 대가
안데스산맥에 추락해 승객 45명 중 16명이 생존했다.
생존자 중 절반이 우루과이 대학의 럭비팀 선수들로,
72일 동안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버티며 살아남은
그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정부는 열흘 이상 구조 헬기를 파견해 수색했지만
광활한 설경 속에서 반 토막 난 비행기 동체와 생존자들은
그저 한 점에 불과했다.
결국 발견되지 못한 채 수색은 중단되었고
그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했다.
생명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안데스산맥 깊은 골짜기에서
영하 40도에도 인간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굶주림이 극에 달하자 시체의 살 점을 베어 먹는 장면에선
인간의 생존 본능에 소름이 돋았다.
죽은 자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가족이거나 친구, 지인들이지만
도덕성이니 인간성이니 따위는 차치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어야만 했던 생존자들의 트라우마가 앞서 걱정될 지경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라는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각자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럭비팀 선수들의 평소 단련된 체력이 있었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측은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인육을 먹어야 할 만큼 강한 생존본능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이기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재난 영화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각자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극단에 치달았을 때
상대방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 본성이 드러나는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그런 점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의아할 지경이었다.
열흘 가까이 걸어서 산 정상을 넘어 칠레에 도착한 두 명의 생존자 덕분에
마침내 그들 모두 구조되었다.
죽은 자들의 유품을 하나하나 모아 놓은 가방을 품에 안고
구조 헬기에 타는 생존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송창식이 노래 한 [사랑~이야~]를 마음속으로 불렀다.
처음엔 광활한 설경이 멋져서 보기 시작했는데
러닝타임 2시간 25분이 지루할 틈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 뒤
내 가슴엔 훈훈한 감동이 흘러넘쳤다.
비록 2년 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이번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시청할 만한 영화로 강추하고 싶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1268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