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악마와 크리스찬 디올과 뉴룩]

by 밀밭여우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2006년에 보았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생각나

"패션계엔 악마 같은 존재들이 많은 건가?"라고 생각했다.

만화라는 장르는 어린 시절 이후 처음 본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패션계의 아이콘,

크리스찬 디올의 생을 만화로 그렸다는 게 흥미로웠다.

마냥 화려한 삶만 살았을 것 같은 패션 디자이너가,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망한 뒤

실업자가 되어 친구 집을 떠돌며 신세 지기도 하고

세계적인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던 시절까지 있었다니 놀라웠다.

이게 과연 실화일까? 싶지만

실존 인물의 생애를 아무 근거 없이 다루지는 않았을 터.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전기와 자서전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과 드라마적 연출을 더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악마는 무엇일까?

크리스찬 디올이 삶에 대한 회의에 빠질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악마가 나타나

자살하라고 꼬드기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고난의 시간을 견뎠다는 걸 강조하는 장치인 듯하다.

게다가 첫 장을 펼치면 맹자(孟子)의 고자장(告子章)이 나오는데

"하늘이 누군가에게 장차 큰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온갖 고난을 당하게 하는데

그것은 인내를 길러주기 위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정원에서 꽃을 가꾸며 놀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옷감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일로 패션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정서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에

감각적으로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고 폐허 속에서

디올은 패션쇼를 열었다.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는 꽃을 닮은 여성의 이미지로

새로운 세상을 연 것이다.

그것이 바로 뉴룩 (New Look)이다.

식량도 부족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참 허황된 일이었지만

디올에게 패션이란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꿈을 현실로 보여주는 것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봄을 선사하는 것

인간이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유머러스한 만화로 만나는 크리스찬 디올의 삶.

역경을 이겨낸 예술가의 열정을 통해

누군가는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걸어갈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도 서 : 악마와 크리스찬 디올과 뉴룩

저 자 : 정진주

출 판 : 작가의 펜

발 행 : 2026.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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