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편집으로 지옥에 갇힌 남자.

< 영화 : 셔터 아일랜드 >

by 밀밭여우


‘앞으로 당신이 찜해 놓은 영화는 안 볼 거야.’


넷플릭스에 내가 찜해 놓은 영화는

미친 듯이 졸리거나 아니면

꿈자리 사납게 기분 나쁜 영화가 대부분이라고

남편이 이렇게 투덜거렸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가 딱 두 번째 반응의 영화다.


하지만 나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영화면 기분 나쁠 각오를 하고,

디카프리오가 나오면 일단 무조건 믿고 본다.


그만큼 감독의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에

배우의 미친 연기력이 더해져

몰입감 최고이기 때문이다.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는

미국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동명소설 원작으로 만들어

2010년에 처음 상영했던 영화이다.

2025년에 극장에서 재개봉하기도 했다.

지금은 넷플, 애플, 쿠팡 등 OTT에서 볼 수 있다.



1954년이 배경인 범죄스릴러물에 디카프리오라니…

영화 시작 전부터 누아르 분위기 예상된다.


애초에 탈출이 불가능한 섬 안에서

한 여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주인공 테디는 연방보안관 자격으로 수사를 맡지만

그는 개인적 악감정으로 누군가를 찾으러 일부러 자원했다.


그리고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

수용소 환자들의 짜 맞춘듯한 연극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테디를 압박하고 혼란에 빠뜨린다.



전쟁터에서 목격한 참혹한 장면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테디가 끊임없이 죽은 아내의 영혼을 마주하는 장면에선 ”식스 센스”가 떠올라,

’혹시 죽었는데 자신이 살아있다고 착각하는 거 아냐?‘

그랬다가


셔터 아일랜드가 범죄자 수용소이자 동시에

정신병 환자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The Cure”랑 플롯이 상당히 비슷한데?‘ 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수사관이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헤매었다.



이게 영화나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들이 펼쳐지는 곳.

안전하게 내 몸은 이곳에 있지만

정신은 딴 세상을 두어 시간쯤 떠돌다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킨다.


그리고 우려했던 대로

테디가 진짜 수사관인지 범죄자인지 모를 공포에

시달렸던 것처럼

꿈속에서 나 역시 무언가에 쫓기며 헐떡였다.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가 그의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에서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제멋대로

편집되는지에 대해 얘기했는데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감정의 면역체계,

즉 방어기제라 한다.


감정의 면역체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죄책감으로부터 도망치듯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기억을 조작하는 우리의 뇌는

얼마나 소름 끼치게 영악한가.

그것이 결국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것이다.


테디가 마침내 자신의 진실에 접근했을 때

“괴물로 평생을 살 것인가,

선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라는 자조적인 대사로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났다.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아무리 무섭고 끔찍한 영화라도

우리는 안심하며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디에 선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영화보다 더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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