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어 마이 파더 >
[디어 마이 파더]
평생 일만 해온 아버지, 가족에게는 무심하고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아버지가 쓰러지길 바랐다"는 작가의 바람으로 이 글은 시작된다.
고구마 농사를 짓는 고된 노동으로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온 가족이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에 서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온 작가의 가정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유는 단 하나.
담도암에 걸려 언제 유명을 달리할지 모르는 아버지가,
그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한
아버지와 딸의 애증이 담긴 서사다.
연극과 프리랜서 번역 일을 하는 유주리 작가가
그나마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기에
암에 걸린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동행하며
아버지를 탐색하고 설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나와 내 아버지의 부녀관계를 떠올려보았다.
나는 아버지를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아버지는 나를, 나는 아버지를 얼마만큼 사랑했을까.
이미 돌아가셨기에 나는 유주리 작가처럼
그걸 확인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사라졌기에 더 만감이 교차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건 내 의심 없는 확신이다.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자식 역시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의문문에 가깝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고,
우린 언제나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 갈증을 느꼈다.
그래서 아버지가 평생 일 중독에 빠져 살다가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기에 작가는 아버지가 쓰러져서라도 딸의 돌봄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느끼길 바랐던 것이다.
유주리 작가가 아버지에게 함부로 내뱉는 말투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버지의 엉덩이와 정수리를 거리낌 없이 때리는 행동들이 처음엔 뜨악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자식이 아버지를 저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원래 인생이 의미 없잖아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하루하루 생을 이어가기가 힘들단 말이죠.
그래서 난 뭘 해야 하지?
아, 그럼 나는 나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한 내 부모님의 인생을 잘 마무리해야겠다.
그러면 이 생애에서 내 할 일은 다 한 거다.
그런 생각을 되게 어릴 때부터 했어요." (p210)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저자의 그런 행동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를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시선으로 대하는 딸의 행동이 한편으론 부러웠다.
내가 먼저 아버지의 손을 잡아 보지 못했던 과거가 후회되었다.
부모로부터 받기만 한 걸 당연시 여기고 살았던 내 삶이 부끄러웠다.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
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책을 덮으며 문득 가수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 잔]이 떠올라
하루 종일 마음속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도 서 : 디어 마이 파더
저 자 : 유주리
출 판 : 별빛들
발 행 :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