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 소설 : 지붕 위의 방 >
[지붕 위의 방]은 영국계 인도인 작가 ‘러스킨 본드(1934년 생)'가
열일곱 살 나이에 자신의 일기를 모티브로 쓴 첫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의 10대 시절이 떠올랐다.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았던 중3 시절.
부모의 보호나 간섭 없이 친구랑 있으면 뭘 해도 즐거웠던
그 시기에, 나는 난생처음으로 친구들과 인천에 갔었다.
지금 기억나는 건 자유 공원에서 본 맥아더 동상뿐이지만
걸어서 집과 학교만 다니다가 어른도 없이 아이들끼리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모험이었다.
그후 나의 친구 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보잘것 없던 10대 시절의 일탈과 그때의 설렘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걸 보면 내겐 대단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여기 한순간의 모험으로 인생 항로 자체가 바뀐 한 소년이 있다.
1858년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이후 유럽인들이 살았던 공동체 마을에는
1946년 인도가 독립한 이후 유럽인들 대부분이 본국으로 떠났고
영국계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소년 '러스티'만 홀로 남았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러스티'가
영국인인 후견인의 집에 살면서 통제된 삶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된 삶의 여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후견인은 '러스티'가 영국인으로 자라야 한다는 명목으로
인도인들의 삶의 터전인 시장 구역을 못 가게 통제하고
자신의 명을 거역하면 거칠게 매질을 했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인 것을...
러스티가 후견인 아저씨의 눈을 피해 시장 구경을 간 건
10대 소년의 호기심으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자
후견인과 살 때 느꼈던 공허함과 삶의 무의미함에서 벗어나
비로소 풍성하고 충만한 삶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다.
그중 한 친구인 '란비르'가 내일 열리는 인도의 전통 축제 '홀리'에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다음 날 아침 러스티를 깨우는 란비르의 북소리는 러스티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홀리 축제가 무지개 색깔의 파우더를 서로에게 던지고 칠하며 축복하는
색의 축제이자 봄의 도래, 새해의 재탄생, 사랑의 깨어남을 의미하듯
러스티는 후견인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새로운 삶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요즘의 옥탑방 같은 남의 집 지붕 위의 허름한 방에서 지내며
비록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가야 하지만 러스티에게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러스티가 겪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따라가다보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삶의 원동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러스티에게 그것은 친구들과의 우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삶이 여의치 않아 인도를 떠나려 했던 러스티는
다시 자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이유를 작가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키션이 그에게는 어떤 존재인가?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둘 다 난민-세상천지에 갈 곳이 없는 처지고…
둘 다 서로의 피난처이자,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이며, 서로 돕는 사이라는 것.
키션은 다른 사람들과 절연한 야생의 아이고,
러스티는 그런 그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러스티 역시 세상과 절연했으므로 두 사람의 유대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들이니까.
이 유대 때문에 러스티는 돌아가야 했다.
그는 안도하는 마음으로 돌아갔다.”(p252)
사람은 환경이나 어떤 특정 장소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성장 소설이다.
도 서 : 지붕 위의 방
저 자 : 러스킨 본드
출 판 : 생각학교
발 행 :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