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움직이는게...How Ghosts Move 전시 >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컬처랜드타워 1층에는 복합문화공간 C-Square가 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 How Ghosts Move'를 위한 전시장은 로비 안쪽에 검은 휘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유령의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조금은 으스스하다.
일반적으로 뮤지엄이나 갤러리는 월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데 이 전시는 월요일에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내 관심을 끌었다.
대체 뭐길래?
문화 플랫폼 STRAW에서 사전에 전시 정보에 대한 내용을 훑어보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감이 오지 않아 더욱 궁금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며 테이블 위에 놓인 엔터 버튼을 '딸깍' 누르자 어둠으로 가득 찬 공간에 서서히 빛이 들어온다.
한 편의 연극이 시작되듯 무대의 조명이 켜지고 사물들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허름한 컨테이너 속에는 작년에 한 연극 공연에서 사용되었던 무대 세트가 해체된 채 방치되어 있고, (작가 신나경 작품)
박제된 기린처럼 서 있던 기계가 작은 소음을 내며 씨익씨익 움직인다. (작가 오의진 작품)
공중에 매달린 스크린에서는 끊임없이 여러 가지 이미지가 움직이는데 속도가 빨라 그 내용은 알아보기 힘들다.(작가 이규리 작품)
이들이 대체 다 뭐란 말인가.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작가 노트에 쓰인 내용을 읽어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신나경, 오의진, 이규리 작가의 세 작품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쓸모'에 대한 변주.
연극이 공연되는 동안에는 착실하게 제 몫을 다 해내는 무대 세트가 연극이 끝난 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컨테이너에 버려지고,
완벽한 구동을 강요받다가 임계점에 달한 기계는 한낱 쇳덩어리 취급을 받는다.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는 애니메이션은 무언가를 꾸미고 가려주던 수 백개의 레이어들이 너저분한 팝업창으로 남을 때,
우리는 이들 모두를 '쓸모'라는 가치와 존재 이유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나는 이 쓸모라는 단어에 대해 사유하고 있던 터라 이 우연한 전시 관람이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50여 년간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던 한 인간이 자녀를 출가시키고 직장에선 은퇴를 한 뒤 환갑즈음이 되자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쓸모를 다했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후련하고 다른 한편으론 공허해지는 시점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역할의 임무가 끝나면 존재 이유도 끝나는 것이 과연 저 무대 세트나 기계나 애니메이션 레이어들만의 일일까?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고 주장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이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가치를 지닐까?
인간의 수명이 갈수록 연장되어 지구가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이젠 AI까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판국에
과연 나라는 존재가 쓸모를 다해 본질의 임무를 마쳤어도 존재 가치가 있는 걸까?
이런 생각들로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진 요즘에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 How Ghosts Move' 전시는
내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라고…
전시 제목은 악동뮤지션의 음악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팔다리가 앞뒤로 막 움 움 움 움직이는 게
숨 크게 들이쉬면 갈비뼈 모양이 드러나는 것도
내쉬면 앞사람이 인상 팍 쓰며 코를 쥐어 막는 것도
놀라와 놀라와 놀라와
Amazing”
이런 가삿말로 노래하는 뮤지션도,
전시를 통해 쓸모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키는 작가들도,
내겐 너무 놀랍고 또 놀랍다.
Amaz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