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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민 May 29. 2017

[헐렁헐렁한 영어공부] 서문

그 동안 너무나도 바빠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궁금증과 불만들을 떠올리며

참을 수 없는 공부의 무거움

우리는 살기위해서 밥을 먹는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렇다고 우리는 오직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위해서 밥을 먹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 목적에 상관없이 맛을 느끼려고 먹고, 그 음식의 식감과 분위기를 즐기려고 먹고, 이쁜 플레이팅을 보기 위해서 먹고, 심지어 한 번씩 특별한 맛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자칫하면 엄숙해져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생존에 필수적인 이 행위에도 우리는 즐거움을 찾고 그 행위를 하는 또 다른 이유이자 재미를 만들어왔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먹는게 참 즐겁다.


하지만 공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는 공부의 동기는 무엇보다도 강력해서 다른 부가적인 것을 즐길 여유가 없다. 너무나 진지하고 부담스러운 나머지, '앎의 재미'라던가 '호기심'은 그저 상투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게 됐다. 누군가 '공부가 즐겁다'거나 '영어의 관계대명사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싶어!'고 하면 안쓰럽게 바라보고 그를 약간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응? 뭐라 그랬어? 진심이냐?

그렇게 치열하게 달려들지만, 따지고보면 공부는 생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삶의 '플러스 알파'에 불과하다. 공부를 못했다고 특정한 병에 걸려 죽거나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서 "넌 공부를 못하니 살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통보하고 내 목숨을 뺏지도 않는다. 다만 살아가는데 조금 제한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공부를 할 때, 정말 전투적으로 한다. 우리가 밥을 이렇게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먹기 싫다. 군대에서 먹던 짬밥은 왜 맛없었을까? 명령이었고 정말 말 그대로 '식량'으로서 먹었으니까. 우리는 공부를 재미없는 것이라 단정 짓고 너무 무겁고 무섭게 한다.


그래도 공부는 재밌다

솔직히 대학까지 졸업하고 나서야 느꼈지만, 나는 '공부는 재밌다(혹은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믿는 사람이다. 다만 우리나라 교육기관이 너무나 많은 책임감을 갖는 바람에 그만큼 공부를 무겁고 재미없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각 과목마다 매력은 확실히 있다. 중력과 같이 우주에 있는 모든 것들은 매력있다. 그리고 그 매력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 호기심은 알고자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 욕구는 공부하는 행위를 부르고 그 행위를 통해 어느정도 호기심이 해소되거나 그기에 가까워 질수록 쾌감이 찾아온다. 그 쾌감이 공부하는 이유가 되고 재미가 된다. 문제는 우린 모든 과목을 감당해야하고 '' 해야되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조금만 막혀도 조급해지고, 흘러가는 시간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미래가 겁이난다. 그래서 어렵고 피하고 싶고 뭔지를 알고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하기 싫다.


그러니 공부는 재미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찾지 않았고 그동안 그럴 시간이 없도록 우리자신을 밀어 붙여왔을 뿐이다.


자, 재밌는 공부를 위해 이제 학창시절 우리의 마음속에 잠깐 잠깐 머물렀지만 우리가 무시해왔던 호기심과 불만들을 떠올려보자. 안그래도 부족한 공부시간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했던 그 불만과 호기심은 사실 공부를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조금이라도 납득이 안되면 '도대체 왜?'라고 따져보자. 그리고 이유를 찾아보자. 어디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없으면 만들어보고 적어도 나를 납득시켜보자. 그러면 어느정도 정리된 나만의 방식에 뿌듯함도 느끼고 내 세계가 구축된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넓고 넓은 '지식의 우주' 어느 한 켠에 어릴적 이불 속 같은 내 보금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 세계가 조금씩 구축 될 때마다 바라보는 재미도 생길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내 몸을 누일 물리적인 공간 뿐 아니라 내 영혼이 가질 정신적인 공간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공부를 헐렁헐렁

학창시절 나는 '영어'라는 과목을 좋아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금 영어 공부한다고 하긴 그렇고 원서를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도 자신감은 있어서 영어학원에 잠깐 몸을 담았었는데, 그때 공부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이 이 글을 쓰는 것이 되었다.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법을 익히고 단어를 외우고 독해를 하면서 응용하고 듣기 말하기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것들은 정말 '살기위해서 먹는 밥'이다. 


내가 생각한 것은 다음과 같다. 모든 나라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들어있다. 사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대로 살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대로 생각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는데도 재미가 있다면 이렇게 그 나라사람의 사고 방식을 살짝 엿보는 것이다. 물론 다르게 음미한다면 다른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럼 그것들을 어디서 엿볼 수 있냐고? 바로 우리가 수업시간에 느꼈던 '불만과 호기심'을 붙들고 고민해보면 된다. 가령 '현재면 현재고 과거면 과거지 완료시제는 왜 있고 형태는 왜 have p.p.인가!' 라던가 '분사는 왜 분사라고 부르고 과거분사는 왜 수동의 의미를 지니는가!?'와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는 이런 형태를 필요로 하지않기 때문에 납득을 못한 것이다. 또 이 말은 얘들은 이런 형태가 필요한 생활과 사고를 가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것을 따져보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첫 단계다.


이 문제들은 답이 바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자료를 찾고 외국 사이트도 많이 돌아다녀야 할 뿐 아니라 생각도 많이 해야한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있거나 멍하니 서있거나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한다. 누가보면 천하태평하게 노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헐렁헐렁'이라는 말을 썼다. 그래 보이면 어떤가. 그동안 내 머릿속은 정말 복잡하다.


뭐든지 '뭐에요?', '왜요?' 라고 묻는 귀여운 초등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영어를 접하다가 혹은 공부하다가 조금이라도 까끌한 면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관찰하고 고민하고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다. 같이 궁금했던 것들을 시원하게 꺼내놓고 다같이 고민하고 다같이 정리하면서, 이 광활한 지식의 우주에 새로운 공간을 또 구축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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