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소견이 있습니다

-어느날 느닷없이 찾아온 개뼉다귀 같은 소리 -

by 자작나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하루의 휴식같은 날이다.

공식적으로 눈치 볼 필요없이 당당하게 쉴 수 있고, 검진기관에 가면 알아서 번호 불러주고, 시키는 대로 왔다갔다 하면 되니 세상 신경쓸것 없이 편하고 좋다. 특히나 마지막 수면 위내시경은 강제숙면을 취할 수 있는, 뭔가 기분좋은 의식같은 거라 기다려지기 까지 한다


그렇게 올해도 건강검진을 했고, 검진결과에는 여기저기 이상소견이 있다는 문장들이 적혀있었다

매년 보는 문장들이고, 뭐 별반 다르지 않네 하고 , 대수롭지 않게 읽고 결과표를 저만치 덮어 둔다


친절하게도 이번 검진기관에서는 가슴에 뭔가 보인다 하여 추가로 병원을 내원하라는 전화를 해주었다

바쁜데 귀찮아 죽겠네 하며, 두어달 미루다 퇴근 중 시간이 맞아 동네 유방외과를 방문해 보았다

역시나,,괜히 왔다. 뭐가 이리 대기시간이 긴지.... 집에가서 치킨에 맥주나 먹을껄하고 후회하고 있을때, 내 차례가 왔다


선생님이 계속 초음파를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본다

모양이 좋지 않은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으니 추가로 맘모톰과 총검술로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난 일도 아픈데가 없는데 무슨 검사야, 병원에서 과잉 진료하는거 아냐. 왜 한번에 못보지

일에 치이고, 빨리 집에가서 육아도 해야하는데 뭘 또 검사를 하라고 해....괜히 왔어 괜히 왔어'

왠간하면 안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 선생님, 검사를 해봐도 좋겠다 정도에요? 아니면, 진짜 해봐야 한다인거에요?" 라며 의사선생님께 묻자, 암환자의 가슴모양과 내 초음파 사진을 번갈아 보여주며 "비슷하게 생겼죠. 아무래도 이상해보이니 날짜 잡으셔서 검사해보시는게 좋겠어요"


코디네이터가 총검술과 맘모톰을 통한 검사를 설명하며, 백여만원 이상되는 비용과 하루 입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준다.

뭘 또 검사를 입원을 해가면서 해...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오늘따라 버스는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만 중얼거린다.


신랑에게 병원에서 있던 일을 얘기하니, 무조건 검사해야 한다며 벌써부터 내가 환자인것 마냥 눈동자가 떨려온다.

울신랑은 암으로 가족을 잃은 터라 , 암에 대한 염려가 크다


그렇게 두주간을 회사와 육아로 정신없이 보내다, '그냥 검사해보고 깔끔하게 치워버리자'라는 생각에 날짜를 잡고 검사를 하기로 했다


하루연차를 내고, 당일 입원(말이 입원이지 입원실에 있다 검사하고, 다시입원실에 있다 시간되면 나오는 시스템)해서

가슴에 의심스런 부분에 바늘을 꼽고, 그 기분나쁜 가슴압박 사진을 찍으며 왔다갔다한다

그리고 수술을 진행하는 원장선생님이 맘모톰 기계로 그 부분의 조직을 청소기 흡입하는 몇가닥 흡입하는 과정이다.

부분 마취라 수술 과정을 치켜보고 있는데, 원장선생님이 부위가 작으니 , 이참에 다 의심스런 조직을 제거하고, 혹~시나 모르니 마커(이 자리가 그자리다 라고 표시)를 남겨놓겠다고 한다. 마커 얘기는 첨듣는지라 "아 , 예.."하고 끝났다


뭐 의심스런 조직을 다 제거했으니 좋은거겠지. 마커가 뭔지 모르겠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니 그러겠지 하고 짧고 굵게 검사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을 간다.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검사결과를 얘기해준다. 검사조직에서 암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건 뭐 개뼉다귀같은 소리인지


"아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담담하게 물어본다.

선생님은 협진병원들이 있으니 연결해주겠다. 가족들과 상의해서 병원선택하고 치료일정을 진행해보시라 한다


암을 통보받은 상황은 드라마에서 보는것과 현실은 좀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헉,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되는거죠?"라는 표정으로 세상이 무너질것 처럼 연기하고 눈물까지 글썽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의 여느 직장인, 더욱이 육아로 정신이 없어 작은거 하나라도 고민거리를 더 만들고 싶지 않고, 상황을 빠르게 처리하고 싶은, 보통의 나같은 보통 워킹맘인 내가 들은 "암입니다" 했을때의 생각은


"아 그렇구나"였다 .

진료실안의 선생님과 둘이 마주하고 그런 얘길 들으면, 감정의 동요따위는 일어날 틈이 없다

"이제 뭐하면 되지" "치료하면 되지 뭐"였다


그렇게 담담하게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집에가서 소파에 들어눕고 싶을뿐.


그런데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이제 울 신랑을 마주할 떄가 되었다.

진짜 현실과 마주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