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을 마주하다

-여보 내가 암이래-

by 자작나무


검사결과를 듣는 전날밤까지 '내일 병원가는 날이지? 아무이상없어야 할텐데'를 반복하던 우리 신랑은, 가족을 암으로 잃은 터라 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동안,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나는, 걱정하는 신랑에게


'걱정마, 그냥 괜찮습니다. 얘기들으러 가는 거야' 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더랬다.

그런데, 이런 유쾌하지 못한 반전이라니.... 이걸 어쩐다


병원갔다 버스타고 집에 간다고 했는데,, 굳이 나를 픽업하러 마침 병원 주차창에 도착했단다

'괜찮대?'라는 전화기 넘어 소리에..... 난 '어, 괜찮대. 금방내려갈게' 하고, 잠시나마 어떻게 얘기하지 라고 시간을 벌어본다..


그리고 차에 오자마자, 신랑이 나를 부둥켜 안고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다' 하며 나를 토닥여 준다.

이런.... 우리 신랑... 정말 많이 걱정하고 있었구나... 근데 어쩌지.........이를 어쩐다....


그래도 얘기해야한다...


나는 자세를 고쳐않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여보, 미안해 나 유방암이래'

신랑의 얼굴이 흙빛으로 바뀌었다


선생님이 해준 내 상태를 그대로 전해 준 나는, '여보 난 초기라 크게 걱정안해도 된다고 하셨어' 라고 말하며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해보이는 신랑의 흙빛얼굴이 조금이나마 옅어지는지 살펴본다


'여보,,그리고 우리 엄마한테는 아직 얘기하지 말자.'


그렇다. 엄마가 있었다. 집에서 울 꼬맹이를 봐주고 있는 우리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 무너지실 게 뻔해 보였다

우리도 아직 이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떤 과정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엄마에게 걱정과 무한한 불안과 걱정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어쩌면 엄마가 걱정한다는 그 사실 보다는

엄마가 걱정하는 모습을 내가 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나도 우리 꼬맹이가 아파서 끙끙되면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하는 심정인데, 다 큰 딸이 단어도 무시무시한 그 병을 얻었다는데, 괜찮을리 없었다


'분명 걱정의 걱정이 꼬리를 물고, 잠도 못자고 고민하면서 힘들어 할꺼야. 나도 내가 앞으로 무슨 과정을 거칠지 모르는데, 걱정을 안겨줄 이유는 없어' 라며, 우리는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기로 한다


현관문을 열자, 우리 꼬맹이가 '엄마'하며 와다다다하고 달려온다.

꼬맹이를 있는힘껏 꼬오옥 안아주며, 양볼따귀에 뽀뽀를 해준다.


'엄마 우리 왔어요~힘들었지' 차마 엄마의 눈은 마주하지 못하며 , 말을 건넨다

그리고 평소보다 한껏 더 상기된 목소리로 '울애기~ 엄마가 얼른 옷갈아 입고 놀아줄게' 하며, 얼른 옷을 갈아 입으로 들어간다


오늘 남은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리듯, 꼬맹이랑 신나게 뛰어 놀아준다

오늘은 더이상 생각이란걸 더 하고 싶지 않다


이제 어쩔지는 내일부터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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