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야

-반전은 없었다-

by 자작나무

일반병원에서 암을 진단받고 처음 해야할일은 치료할 병원을 정하는 일이다.


내가 검사한 병원은 삼성,세브란스가 협진병원 이었는데, 문제는 무슨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해야 할지가 정말 막막하다.

병원을 보고 선택을 할지, 교수님의 명성을 보고 선택을 해야하는 것인지, 이게 병원에 따라 교수님에 따라 치료가 차이가 나는건지 아닌지 당췌 알 수가 없다.


네이버에 #유방암을 검색해서, 겨우 알아낸 실마리는 요즘 유방암은 표준치료라 병원마다 치료방법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는 점, 방사선치료등의 후속치료가 있을 가능성이 크니 왔다갔다 하기 편해야 한다는 부분 요정도 였다.


뭘 더 알아보기도 지치고, 이건희회장도 입원했다는데 뭐든 좋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삼성병원으로 협진요청을 했다. 그런데 #삼성병원 초진까지는 세달을 기다려야 한단다.

처음부터 내맘대로 되는게 없다. 뭐든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었다.

다행히 #강남세브란스에 한달뒤 진료 가능한 자리가 있어, 예약일정을 잡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난 정말 운좋게 빨리 예약이 된 케이스였다)


그렇게 한달을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회사일이 바빠(?) 정신없이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냈던 것 같다.

아무 증상도 없었으니 병에 대한 아무 생각도 없었다.

'어쨋든 큰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나면 뭐가 나오겠지, 아닐수도 있잖아' 라는 기대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날, 연차를 내고 따라가겠다는 신랑에게

'여보, 나 혼자 갈 수 있어, 오늘 가자마자 검사하고 진료보는거라 자기가 와도 같이 있을 수 없을껄. 내가 선생님이 뭐하라고 하는지 잘 듣고 올테니 걱정하지마' 하고 말렸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암을 진단받고 한달간의 일상은 아이를 낳고 복직한 후 보낸 지난 1년과 똑같았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오면 에너자이저같은 꼬맹이랑 놀아주다 잠이들고, 또 새벽에 일어나 왕복 4시간의 출근과 퇴근을 반복했다. 주말이 오면 평일내 폐허가 된 집구석을 청소하고, 평일에 못놀아준 꼬맹이랑 밖에 나가 더 신나게 놀아주는 일상을 보내고 나니, 내일이 드디어 내가 받은 암진단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날이 되었다.


병원에서는 교수님이 이전병원의 검사결과들을 짧게 보시고, '한달뒤 수술하는 일정으로 하고,

오늘 검사한 후에 수술을 어떻게 진행할지 판단할 테니, 검사하고 진료일정 다시 잡아 봅시다' 하신다.


'난오늘 뭐가 다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구나.'


그리고 이런저런 검사를 순서대로 하고 가라고 안내받은 후,원무과에서 산정특례뭐라고 하면서 돈을 돌려 받으란다. 처음 듣는 단어라 뭔지 모르지만 돈을 돌려받는다니 쭐레쭐레 원무과에 가니 ,암환자 산정특례환자로 등록되면 관련 진료비가 매우 많이 할인받게 되는 것이였다.


'좋은데, 싫다' 이제 빼박이구나 했다. 내심 내 맘속에 혹~시나 '암이 아닙니다' 할 줄 알았나 보다.


그리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러 간 암병동에 발을 딛자마자

머릿속이 갑자기 댕~하고 소리가 나는 듯 했다.

'아, 내가 좀 . 젊네'


후배들한테 '차장님, 빵중에 단팥방이 제일 좋으시죠ㅋㅋ' 놀림받던 사람인데,, 여기 오니 내가 많이 젊으네..'

병상에 누워 계신 분.. 퉁퉁부운 얼굴로 머리에 모자를 쓰고 기다리시는 분들 사이에 앉아 있다보니

순간 ....그제서야 '내가 진짜 암환자가 되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처음 진단받았을때도, 신랑에게 얘기를 전해줄 때도 깨닫지 못한, 인정하지 못한 사실.

여긴 내가 있어야할 곳이 아닌것 같은 느낌 ....


도망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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