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몸뚱아리

-나도 한때는 그녀처럼 싱그러웠던 적이 있었다.-

by 자작나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새해를 맞아 운동을 꾸준히 해보겠다는 결심은, 매일같이 현관앞에 붙어 있는 집앞 요가학원의 할인이벤트 전단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꾸준히'에 방점을 찍은 내 결심을 알기라도 하듯

3개월 등록시 1개월을 더 이용하게 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안내해준 선생님 덕분(?)에, 나는 무려 근 15년만에 요가학원을 다시 등록하게 된다.


요가복을 입은 내 모습이 참으로 기이하다.

분명 몸무게는 20년전이나 40인 지금이나 같은데, 간만에 쫙 달라붙은 요가바지와 얇은 상의를 입고 멀건히 서있는 거울 속에 비친 나는, 내것이 아닌것 같이 낯설다.

탄력을 잃은 허벅지와 종아리, 한껏 굽은 허리와 등, 더 밑으로 내려갈 수 도 있었지만 짱짱한 요가 바지 덕분에 간신히 붙어있는 엉덩이.

내 어깨가 원래 저렇게 좁았는지, 아님 얼굴이 커진건지. 오늘따라 희한하게 못생겨 보이는 축처진 얼굴근육과 꺼진 볼살에 , 거칠게 나부끼는 얇은 머리칼은 날 더 하찮게 보이기 까지 한다.


그렇게 전신거울에 비친 나를 처량한 남보듯 쳐다보다, 핑크색, 하얀색 요가복을 입은 생기넘치는 누가봐도 젊어 보이는 여성들이 등장하자, 이네 정신을 차리로 앉아 본다.


오랫만에 하는 요가는 정말 하나도 모르겠는 것은 둘째치고, 분명 20대 때 하던 요가는 힘이 하나도 안들었던 것 같은데, 요가라는 운동이 이렇게 힘든 운동인가 싶을정도로 내다리는 후들거리고 가슴팍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비루한 몸뚱아리


정신없이 힐끗거리며 선생님의 말소리를 따라 꾸역꾸역 동작을 따라해 본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왼쪽 다리를 올려 넘기며, 시선은 아래로 향합니다'

​순간 내 오른쪽 앞에 뻗어있는 선홍빛 발바닥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참 예쁘다.'

좁고 긴 발바닥에 붉은빛이 꽃피듯 뭉글뭉글 올라와 있는게 예쁘기 까지 하다.

아무리 로션을 발라도 푸석거리고 각질이 올라오는 내발과는 달리, 로션따위는 바르지 않아도 될것 같은 촉촉해보이는 발과 둥글둥글한 발가락이 참 예쁘다.

변태도 아니고, 남의 발을 보고 예쁘다고 하다니! 주책바가지, 니가 병원을 하도 다니더니 이제 정신줄까지 놓는구나 하고 궁시렁거린다.

왠 이상한 아줌마가 자기를 힐끗거린다고 하기전에 얼른 시선을 다시 거둬들인다.


본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외모 가꾸기에 크게 흥미가 없고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생기가 도는 그녀의 붉그레한 발을 보고 움찔했던 것을 보면

요즘들어 부쩍.한번 데쳐서 짜낸 시금치 같이 시들해져버린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다시 눈을 돌려, 내손과 발을 쳐다 본다

손발의 피부는 얇아져서 가죽을 씌어놓은 것 같이 흐물거리고, 미세하게 잔잔한 주름들이 펼쳐져 있다. 전신거울에 비친 내얼굴은 마스크로 가렸지만, 퀭한 얼굴과 온몸의 푸석함은 감취지지는 않는다.

몸짱도 아니고 대단히 운동을 잘 해 보이지도 않은 평범한 30대초반의 그 여성이, 내게는 혼자서 물을 빨아들인 화초처럼 싱그럽고 촉촉해 보였다. 그 젊은 싱그러움이 부러웠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그렇게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늙은 나이에 애낳고 그래서 몸속 영양분이 다 빠져 나가서 그런거지 뭐' 하다가

'여성호르몬도 이제 줄고, 42세부터는 폐경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던데, 이게 여성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과정인건가'하는 생각에 잠시 요가로 펴쳤던 등이 다시 굽어져 버린다.


얼마전, 직장 후배들과 육아 이야기를 나누다, 사진첩에 온통 아기사진 뿐이고, 절대 자기 사진은 흉해서 찍지 않는다며 , 애낳고 너무 사진찍기 싫다는 소릴 한다. 육아동지이기는 하나 그들은 무려 나보다 10살이상은 어린 친구들이다. '내가 보기엔 푸릇푸릇 너무 예쁜데 나를 앞에 두고 저런 소릴하다니,이런 괴씸한 것들' 했다가도, 여자들이 애낳고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나보다 하고 위안을 받았다.


확실히 아이를 낳고 변하는 여자의 신체 변화는 누구도 부정 할 수는 없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내몸의 피로를 풀어주며 느긋한 샤워를 하고, 각종 기능성 화장품과 바디로션으로 얼굴과 내몸을 충분히 마사지 하며,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가진건 싱글때 까지였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누가 욕실로 쫒아 오는것도 아닌데 후다닥 샤워를 하고, 대충 얼굴에 로션을 찍어바르고, 몸에 바디로션이 채 흡수되기도 전에 옷을 입고 나와, 아기와 2차전을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를 낳고 1년, 복직까지 하고 2년정도 지나고 나면, 퀭하고 푸석푸석한 생기 없는 얼굴의 산발한 머리를 한 할머니가 아닌가 싶은 아줌마가 어느날 거울앞에 나타나 '이제, 그만하지, 나 좀 들여다 봐주지 않을래?"하고 말을 건다.

지금 이렇게 인생 중간에 병을 얻어, 잠시 쉬는 시간도 갖게 하고, 운동도 하게 하는 걸 보니 내가 나를 참 들여다 보지 않았던 것 같아 미안하기 까지 하다.


잠자리에 들기전, 오늘 하루를 묻는 신랑에게

'여보, 나 요즘 더 늙은것 같아, 요가 학원에 갔더니 내가 제일 늙었어. 애낳고 몸이 확 변했나봐. 요즘 약먹어서 호르몬때문에 더한 것 같아. 흉해' 했더니, '아냐, 예전이랑 똑같애' 한다.

이게 칭찬인가 욕인가. 괜히 한번 더 확인 받고 싶어 '똑같이 못생겼어?" 다시 물으니, '아니, 똑같이 이뻐, 내눈엔 똑같애, 너무 신경쓰고 걱정해서 그런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내눈엔 이뻐요.' 한다.


아씨, 이남자 진짜. 결혼은 정말 잘한것 같다.

'울 신랑한테만 이쁨 되지 뭐.' 하며 그렇게 긴 번뇌를 한방에 끝내버리는 나도 참 단순하다.

'지금이라도 꾸준히 운동하고,다시 나를 들여다 보다보면, 나도 다시 촉촉해지고, 발그레한 생기를 가질 수 있을 지 몰라'

나보다 어르신들이 보면 나도 싱그러워 보일테지.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운동을 시작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이라도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감사해본다

​'오늘은 샤워를 느긋하게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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