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우울하다
-바꾸거나,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
나는 사실 우울하다.
나는 대외적으로는, 그러니까 회사나 집에서는 누구보다 멘탈이 강하고, 평점심을 유지하는 강한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
어떤 일이 닦쳐도 의연하고, 무슨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해결해나가는 그런 사람.
그런데 난 사실 강하지가 않다.
누구한테 들킬까봐, 철저히 감추고 있다가
혼자 남았을때 맥없이 무너져 버린다.
내 불안과 우울함의 근원은 무엇인지.
제3자의 입장에서 내 현재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왜 나는 자꾸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는지 나도 알수 없다
고등학생때 부터 우리집은 돈에 쪼들였다. 곧 재개발 지역에 살았던 우리집은 저녁이 되면 천장위의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어렵사리 취업한 회사에서 매일 야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하루종일 서서 일한 엄마가 방에서 끙끙 거리며 누워 있었다. 엄마가 잠들때까지 엄마의 발을 주무르며, 한쪽 켠에서 자고 있는 아직 학생인 동생들을 바라보면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을 원망했었다.
엄마가 보기에는 씩씩한 큰딸이고, 동생들 보기엔 독하고 대단한 언니였던 나는,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이 되면, 열살 어린애 마냥 엉엉 소리를 내며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곤 했다.
그렇게 엉엉 소리내어 혼자 눈물과 원망을 쏟아 내고 나면, 또 한동안은 견딜 수 있었다.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일에 더 몰두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후배들의 롤모델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정받을수록 내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공허함은 더 커져갔다.
내가 이런집에서 동생들 뒷바라지 하면서 사는게 들킬까봐,,,, 지금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고는 있지만 사실 난 대단한 것 같지 않은데, 그게 사실이 될까봐 더 일에 미쳐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몸이 지치는 날에는, 또 그 열살 여자아이가 나타나 엉엉 목놓아 우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 기준에 맞춰 나를 바꿔놓았다.
인정은 받았을 지언정, 내안의 불안은 잦아들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도 모르고 살아 왔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한참을 잊었던 그 불안의 감정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 했던가..
오늘같이 몸이 힘든날에는 울컥하는 우울한 기분에 길을 걷다가도 눈물을 쏟아 낸다.
그래, 또 찾아왔구나...
이것도 지나가는 감정이야.
몸이 피곤하면 요즘 그러더라..
알잖아 이럴때는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하고 나를 다독인다.
내가 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글쓰기와 독서이다.
소설도 아니고 남얘기는 못하러 돈주고 사읽어 했던 내가, 에세이를 사서 남의 이야기를 읽는다.
내처지와 요만큼이라도 비슷한 사람들이나, 저렇게 살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음을,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야 라는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글쓰기
수술후 다시 나를 일으켜보겠다고 자기계발서들을 다 훑어보니 공통적으로 글을 쓰라더라.
온전히 나에 집중하여 생각을 글로 풀어내다 보면 치유되는 나를 느낄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도 쓰고 있다.
쓰다보니 정말 나아진다.
조금전까지도 우울함의 우물에서 꺼내지지 않을것 같던 내가, 지금은 내 우울함의 우물을 위에서 쳐다 볼 수 있게 한다.
역시 성공한 사람들 말은 들을 만 하다. 돈주고 책읽은 보람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끄적여본다.
불안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 앞으로도 계속 끄적여 볼테다.
나이는 마흔넘게 먹었지만, 아직도 마음속 열살 어린아이가 엉엉 울고 싶어 할때가 있으니 말이다.
또 잊어버리기 전에, 불안을 정의한 아래 글을 다시 새겨본다.
불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당신의 삶은 너무 타인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과 향하는 곳을 알면, 타인의 중요성은 뚜렸하게 약해진다.
당신이 걷고 있는 길이 모호할수록 타인의 목소리와 주변의 혼한, 소셜미디어의 등이 점점 커지면서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어떤상황이든 우리는 3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바꾸거나,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
- 타이탄의 도구들 -
지금 우울감으로 사는것이 힘겹다면,그것은 내 멘탈이 약해서가 아니다. 지금 내 마음이 크는 중이고, 지금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질문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믿자.
우울이라는 감정을 조금 벗어나면. 그 질문이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지금 많이 우울하다는 것은 내안에 잠재된 에너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반증이다.
에너지의 방향만 돌릴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보자
-김미경의 마흔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