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천에서의 일이다. 그 온천은 규모가 커서, 자체 내의 스테이지가 있고, 가부키 공연을 한다. 저녁 식사와 온천을 끝내고,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공연을 보며 여행을 즐기는 시간이다. 무대 앞,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관객이 하나 둘 모여 앉기 시작한다. 우리 앞에 알코올이 몸속에 퍼진듯한 50 ~60대 남자분들이 왁자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셨다.
처음에는 우리도 같은 일본인으로 보셨다가, 남편과 나의 대화를 듣고서는 우리가 한국인인 줄 아셨나 보다. 자꾸 눈을 마주치려 하신다. 말을 걸고 싶으셨던 거다. 매번 눈길을 피할 수가 없어서 내가 눈을 마주하며 묵례를 했다. 아저씨에게는 그때가 말을 걸 타이밍이었다. 일본식 발음으로 한국어를 하셨다.
“당신들은 무엇이 무니까”? 자신이 한국말을 안다는 것과,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던 거다. “당신들은 무엇이무니까?” 갑작스러운 이상한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때까지도 일본 아저씨들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무대 쪽만 보고 있던 남편이 얼굴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을 한다. “우리는 사람이무니이다.”
그 대답에 내 입에서 팍 ~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대는 남편이 하는 그 문장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자꾸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한참 동안 웃음을 토해냈다. 나이가 들면 어디서나 넋살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