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웃지요

by 칠십 살 김순남


인천공항으로 가는 날이다. 서울역에서 일행과 합류해서 리무진을 타고 갈 것이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기차를 타려고 플랫폼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뒤에서 '할머니' 할머니' 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할머니를 찾나 보다 했다. 좀 있다가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살포시 잡으며 얼굴과 동시에 기차 티켓을 들이밀며 "할머니 여기서 타는 것 맞아요?" 한다. 그때야 깜짝 놀라서 "네. 네~에. 네. 맞아요 ~!!" 했다.


날 부른 사람은 꼬맹이도 아니고 군 베레모를 쓴 건장한 청년이었다. '할머니, 할머니'가 날 부르는 소린 줄 전혀 몰랐다. 아무도 몰래 고개 숙여 혼자서 킥킥 웃었다. '아줌마, 아줌마' 했으면 바로 알아들었으려나?? ~ ㅎ 하고.


내 딴에는 먼 길 가는 길이라 아침에 머리 감고, 찍찍이 붙이고, 딱 분 바르고, 눈썹도 그리고, 입술도 좀 칠하고. 나름 꾸민다고 꾸미고 나왔는데. 참, 착각은 자유다 올해, 우리 나이로 칠십이다. 만으로는 69살이다. 맏손주가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그러니 할매 중에도 완전 중 할매다. 나 스스로 오래전부터 '할매' 라 자청하고 나섰으면서도 내 마음에는 아직도 할매가 아닌 아줌마라는 심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거다.


일행을 만나 그 말을 했더니 모두 "와 ~"하고 웃는다. 한 친구가 말한다. "청년이 어깨를 툭 잡은 것은 이 할매가 귀가 갔나 보다 생각해서일 거다. "라고 해서 한 번 더 왁자 하니 웃었다.


13.jpg


작가의 이전글# 나는 67세에 여행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