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는 ‘철학의 길‘이란 명소가 있다. 영국의 노 철학자 앨런 맥팔레인(ALAN MACFARLANE)'이 쓴 ’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에도, 철학의 길이 언급되어 있어서 그곳에 가면 뭔가가 있을 거란 기대를 가득 가지고 갔을 때, 그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첫 느낌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천 정도의 곳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대로 좁지만 조금은 깊은 개천에 아주 얕은 물이 흐르고 여름에는 가로수가 우거지고, 봄에는 벚꽃이 피어 운치가 있지만, 그 정도의 풍치는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교토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 보아야 할 곳 리스트에 넣는다. 그곳에 가서 순간, 명소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어 그대로 유명한 장소라는 뜻과 함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장소라는 의미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운 장소가 정말 많을 텐데, 그곳에 가 본 사람이 없기에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이 좋다고 하는 것만 본다.
블로그에 보면 검색 유입이란 항목이 있다. 내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 어떤 경로로, 무엇이 궁금해서, 어떤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 들어오는지 검색어를 알아볼 수 있다. 대부분 위에 말한 의미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명소다. 그중에는 내가 정말 별로라고 하는 곳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많이 알려진 장소일 뿐, 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 그냥 그런 곳이다.
내가 정말 멋지고 감동을 받았던 장소, 그곳은 포스팅을 하는 그 순간에 깜짝 조회수가 있을 뿐, 이 삼일 지나면 검색어는 순위에서 사라진다. 그러니까 아무도 그 장소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로그 검색어 유입, 방문자 수를 늘리려면 우리가 익히 아는 장소를 언급해야 한다는 슬픈 일이기도 하다. 어쩌다 TV에서 유명 연예인이 다녀왔다고 요란을 떨며 이삼 일씩 방영이 되어야 그곳이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알려진 세계의 명소는 TV 속에서부터 나오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