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소고(小考)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 조용하고 한가진 동네. 작고 아담한 驛舍를 생각했는데 눈앞에 나타난 신좌천역은 생각보다 컸다. 신역사(新驛舍)가 세워진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클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신역사로 다가서기 전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찾았다. 반가움에 서둘러 먼저 구 좌천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동해선 구좌천 역사(舊左川驛舍)
폐역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 239-4
아..가깝게 다가서면서 안타까움이 마음속으로 꽉 차오른다. 좀 일찍 올걸. 이 지경이 되어서야 오게 되었네. 그래도 온통 어질러진 폐허 같은 터에 무성한 향나무 두 그루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어라.
건물 앞뒤를 몇 번이나 돌아본다. 아직도 붙어있는 좌 천 역 (左 川 驛) 명패가 반갑다. 앞뒤로 문이란 문은 모두 막아놓았다. 꽉 막힌 입구 앞에 놓인 낡은 벤치 하나. 페인트 칠이 떨어져 나간 남루한 벽에 붙어있는 게시판의 사진첩에는 시간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입은 기차들이 생뚱한 느낌으로 눈에 들어온다.
구 좌천역 역사(驛舍)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에 세워졌다. 驛舍의 구조도 그 당시의 건축 양식이다. 그러니까 86살이 되는구나. 그동안, 좋으나 싫으나 그들이 만든 철도와 驛舍를 이용하여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삶의 고단함을 실어 날랐구나.
고우나 미우나, 지난 것은 모두 추억 속에 들어가고 간간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어서 한 번쯤 찾아와 보고 싶었다. 이 지경이 되어서야 와 보고 나니, 홀로 살고 있는 고향 작은 할머니에게 시간 나면 언젠가 꼭 뵈러 가겠다고 약속해 놓고 할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가고 난 뒤에야 가서 만나게 되는 임자 없는 작은 할머니 댁 같다.
구 좌천역 驛舍는 2020년 4월 철거예정이었다가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철거 계획을 없던 것으로 하고 보호하기로 했다고 하던데, 그것이 다시 원래 계획대로 철거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복원되는 것인가? 현장에서 본 느낌으로는 철거가 될 듯하다. 꽃 피고 새가 우는 어느 봄날 다시 와 보면 알 수 있으려니.
도로 건너 마주 보이는 새 驛舍로 갔다. 엄청 크다. 하루에 이용객이 얼마나 되나? 하는, 시절 데 없는 생각을 또 한다. 이 날, 이 시간 이곳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끝이 안 보이는 레일, 눈으로 보이는 저 끝 곡선으로 굽어진 길,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굽어진 길 너머로도 철도는 뻗어 있을 것이다.
낡고 헌 역사는 허물어져 사라져도 기차는 새 시대의 사람을 싣고 철로 위를 그대로 달릴 것이다. 시간 따라 세상의 모든 만물은 사용되고, 이용되고 노화된다. 그리고 노화된 것은 소멸되고 어떤 것은 새로움으로 교체된다. 자연의 이치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방문일 : 2021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