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 진해역

#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소고(小考)

by 칠십 살 김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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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역(鎭海驛)

폐역

경남 창원시 진해구 충장로 71

주위 관광지 : 여좌천, 경화역,




어릴 때, 내 고향 찬구 누나 같고나. 어린 동생들 도시로 공부하러 나가고, 고향에 남아 농사짓는 부모님과 함께 동생들 뒷바라지하며, 오직 동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착한 누나 같고나. 예쁘고 참한 모습에 친구 누나를 몰래 맘 속에 품고, 짝사랑으로 몸살 앓던 나를 본다.


나이 들어 늙어도, 속이 참되니 겉모습도 그와 같고나. 세월이 흘러도 단아한 모습은 비록 속은 허물어 내려앉아도, 고고히 앉음새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 그 또한 고와라. 너의 그 고운 자태를 장복산이 병풍처럼 위풍당당 펼쳐져 보호하고 있고나.


한껏 한적하고 쓸쓸한 너에게, 해마다 봄만 되면 도시로 나간 아우들이 도시 냄새 옷자락에 잔뜩 묻히고 떠들썩한 소음으로 너를 찾아오는구나. 벚꽃이 지천에서 나부끼는 계절,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 지나간 아픈 시간들이 보람으로 너를 기쁘게 하지만, 그 기쁨 잠시여라.


그래도 그 잠깐의 찬란함이 있어, 그 날을 맞이하기 위해 그 고운 자태 흐트러트리지 않고 지키고 있고나. 그 당당함이 좋아서 해마다 널 찾아가게 되는구나.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렴. 어느 날 네가 문득 그리울 때, 날 보듯 널 만나러 갈 수 있게.


방문일 : 2020년 11월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그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 윌리엄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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