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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13. 2016

<야구는 인생이고, 인생이 야구다.>

인생의 축소판이 아니라, 야구가 그냥 인생이다.


 많은 남성들이 그렇듯이, 역시나 저희 아버지와 남동생도 ‘스포츠 광’이십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도 여자치고는 스포츠에 관심이 꽤 많고, 아버지와 남동생에게 이리저리 주워들은 짧은 지식도 꽤 있는 편이지요. 한 때는 동생 따라 ‘해축’에 빠져서 축구 선수들의 개인기 스페셜도 많이 찾아봤었고요. 새벽이라도 바르셀로나와 레알의 경기가 있으면, 잠이 쏟아져도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 기다렸죠. 그런데, 이렇게 스포츠는 대부분 흥미롭게 보는 제가, 야구만큼은 정말,

‘왜 야구를 좋아할까? 저게 재밌을까? 개인기가 화려한 것도 아닌데 몇 시간을 저렇게 야구를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야구의 기본 룰도 모르니 당연히 야구가 재미있을 수가 없고, 당연히 게임을 이해 자체를 하지 못하니 아예 그냥 저와는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니 관심 자체가 없었고요.


 그렇게 야구는 어린 시절부터 저에게는 그저 ‘아빠가 좋아하시는 스포츠’였습니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야구를 워낙 좋아하시거든요. 아버지와 친한 회사 동료인 분은, 응원하는 팀이 야구를 지면 밥맛이 없어서 밥도 굶는다고 하는 이야기도 듣고, 아버지는 온몸의 세포까지 집중해서 하나하나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경기를 보시니까요. 그런 아버지 옆에 있다 보니, 정말 ‘저렇게 집중할 만큼 야구가 매력 있는 스포츠인가?’ 싶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처음에는 야구와 함께하는 치킨 때문에 아버지 옆에서 구경을 하다가, 어느새 저도 야구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네. 저도 모르는 사이에요. 야구는, 네. 그쵸. 매력이 대단합니다. 저 뭔가에 쉽게 빠지고 그러지 않거든요. 그런데 야구는 어느새 빠지게 되더라고요. 아, 대단한 매력이죠. 그렇게 대단한 매력의 야구가 4월 1일. 이제 드디어 KBO 리그가 개막을 했습니다. 아버지도 당연히 응원하시지만, 저도 요즘 살짝씩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응원하시는 팀이 사실 몇 년간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팀인데요. 그런데도 아버지는 무조건 그 팀만 응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살짝 물어봤었어요.

“아빠. 이 팀은 몇 년째 하위권인데 왜 팬이세요?”

하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그러셨네요.

“다영아. 팀이 잘 한다고 좋아하고, 성적이 조금 낮다고 팬의 마음을 접고 그런 건 진정한 팬이라고 할 수 없어. 잘하고 성적이 높아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미 이 팀 자체의 팬이고 팀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리 성적이 하위권이라고 해도 다른 팀을 응원하지는 않지. 그리고 이제 와서 억지로 바꾸려고 해도 마음이 안 바꿔져.”

라고요. 그리고 그 후에는 이런 말씀이 계속됐네요. “네가 몰라서 그렇지, 원래 잘하는 팀이야. 이번에도 느낌 좋다. 요즘 치고 나가고 있어. 느낌 괜찮아. 네가 몰라서 그래.” 네...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아빠. 용서해주세요.

 그런데요. 네. 정말 제가 몰라서 그랬나 봐요. 아직 야구에 대해서는 워낙 지식이 부족하니까요. 어제, 아버지가 응원하시는 팀이 정말 명승부 of 명승부를 펼쳤거든요. 정말 아깝게 12:11의 점수. 1점 차이로 패하긴 했지만요. 스포츠는 정말 감동 그 자체라는 사실을 어제 한번 더 느꼈습니다. 지어낸 것도 아니고, 억지로 만든 것도 아니죠.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 감동과 선수들, 관중이 모두 함께 만들어낸 그 모습 자체가 인생이었습니다. 연장전까지 가서 양 팀의 팬들, 관중들이 모두 일어서서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두 손을 꽉 쥐고 열렬하게 응원하는 모습부터가 그랬지요.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이라는 그 공통점 하나만으로, 서로의 이름과 나이도 아예 모르는 완전히 낯선 이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응원을 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네요. 보는데 감동적인 장면에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벤치의 선수들도 함께 간절한 눈빛으로 집중해서 경기를 바라보는 모습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자와 투수의 표정. 감히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긴장되지만, 자신의 모든 힘과 집중을 다 쏟아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 그 모습.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경기가 끝나는 순간 벤치의 모든 선수들이 다 뛰어나와서 서로 물을 뿌리고, 마지막에 팀을 승리로 이끈 선수에게 다들 머리를 좀 많이 터프하게(?) 쓰다듬더라고요. 물론 아버지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은 온몸의 힘이 쭉 빠진 채로 터덜터덜 걸어나왔지만 최선을 다한 그 모습 자체가 정말 멋졌습니다. 양 팀의 관중들도 극과 극의 표정이었지만 경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팬들의 모습도 정말 빛났어요.



 야구를 잘 모르는 제가 보는데도 눈물이 쏟아질 만큼 정말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요. 많은 분들이 왜들 그렇게 ‘야구는 인생이다.’라고 말하는지, 이제야 정말 확실하게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네. 야구는 인생 그 자체입니다. 왜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할까요? 우선, 가장 당연한 이유는, 야구는 9회 말 2 아웃까지 가더라도 홈런 한 번으로 다시 경기가 뒤집힐 수 있다는 거겠죠. 모르는 거예요. 처음부터 경기가 한 팀에게 분위기가 기울었다고 해도, 홈런 한 번으로 역전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연장전까지 가서도 정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도 인생이 지금 당장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포기하고 실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모르는 거예요.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내지만 않는다면, 마지막에 누가 승리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그리고, 승리하지 못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로 빛나고 정말 멋진 거죠. 승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다 쏟아부은 그 자체가 최고인 것이죠.


 투수가 공을 던졌을 때, 꾸준히 최선을 다하고 노력했다면 타자는 시원하게 홈런을 칠 수도 있고 안타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헛스윙이나 땅볼 같은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절망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계속 말했듯이,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그런 거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이고,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릅니다. 최선을 다하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다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저도 앞으로는 노력해보려 합니다. 뭐, 아직 9회 말 2 아웃까지는 안 간 거 같긴 하지만요. 음.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멋지게요.

 야구는 인생이고, 인생이 야구랍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야구경기보다도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긴장되는, 참 불안하고 힘든 순간도 많은, 어려운 경기죠. 쉽지 않고 장애물도 많지만, 모두 힘내 봐요. 흔한 말이지만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니까요. 최선만 다하고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자, 이제! 시작하자고요! 갑시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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