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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22. 2016

<이상형>


 평소에 엄마와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하긴 뭐 대부분 다 그렇긴 하겠지만. 그런데, 굳이 왜 이 이야기로 시작을 했냐면, 우리 엄마는 엄마의 연세에 비해서도 많이 보수적인 편이시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쉽게 말해서 그러니까 그냥, 개방적인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이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정말 보수적인 부모님의 밑에서 크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어느새 나 역시 개방적인 또래에 비해 심하게, 많이, 보수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남자 손 잡으면 날라리라고 생각했고, 이성과 팔짱 끼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 뭐, 사실 이성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도 아니기도 했고.. 이성 자체가 불편했다. 어색했다. 그냥 그건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뽀뽀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가 아니라,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우리 부모님은 우선,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두 분이 서로가 첫사랑인 분이다. 8년을 넘게 만나셨다. 난, 부모님이 결혼하신 이유가 "처음 만난 사람과는 무조건 결혼해야 해!"하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엄마가 군대 3년을 내내 기다리시며 쓴 편지를 읽으면 울컥 눈물까지 줄줄 나온다. 아, 물론 내가 감수성이 좀 심하게 과한 편이긴 하지만.. 여하튼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배우고 컸다. 남자가 군대 갔을 때는 무조건 내내 기다려야 하는 게 당연하고, 만약 그 기간 동안 마음이 바뀐다면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엄마가 그냥 그렇게 가르치셨다. 그래서 이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왜? 평생 그렇게 배우고 컸으니까.

 정말 엄마는 평생 나를 어떻게 가르치셨냐면, '술, 클럽, 밤늦게 놀러 다니기, 남자친구 많이 만나기.' 그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난, 지금까지도 태어나서 술 한 번을 안 마셔봤고, 클럽을 단 한 번을 못 가봤다.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마신다는 술이라던데... 뭐, 그게 좋은 건 아니지만. 거기다, 담배 피우는 여성을 보면 엄마는 지금도 기겁을 하신다. "어머, 어떻게 여자가 담배를 피우니. 말도 안 돼. 저것 좀 봐." 이러신다. 그래서 한 번은, 듣다 듣다 못해서, "엄마. 어차피 저 여성분이 자기 돈으로 담배 사서 피우는 거고, 엄마한테 피해 준 것도 없는데 왜 그러세요? 그냥 놔두세요. "라고 한 적도 있다. 근데 나도, 그렇게 이해하는 척하면서도, 사실 여자가 담배를 피우면 뭔가 좀 많이 어색하게 느껴지긴 한다. 나도 참 촌스러운 사람인가 보다. 휴. 부끄럽다. 이런 내가 창피하다..

 휴. 밤늦게 밤새 밖에서 놀아본 적도 없고, 지나가다가 남자가 호감을 표시해도 무조건 그냥 죄송하다고 거절만 하고 살아왔다. 왜? 그냥 그렇게 부모님께 배우고 자랐다. 이젠 정말 보수적인걸 넘어서 내가 봐도 촌스럽다. 그래서 가끔 엄마에게 “엄마가 늘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엄마 닮아서 내가 이렇게 보수적인 사람이 된 거 같아.” 하고 엄마 탓을 한다. 솔직히 엄마 탓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다. 그런데, 엄마가 이제와서는 나한테 "너도 나이가 많이 들기 전에는 결혼해야지."라고 말씀하신다. 네...? 글쎄.. 아마 나도 이성을 많이 만나보다가 결혼하지는 않겠지.. 부모님과 비슷하게, 한 사람과 오래 만나다가 결혼하지 않을까 싶다.


 술도 잘 마시고 잘 놀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근데 또 그렇게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또 그건 싫다. 그냥 딱 정말 엄마 딸 맞나 보다. 옷 입고 꾸미는 건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은 내가 그냥 딱 요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전혀 아닌데... 휴.


 어제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언제나 “사람은 착하고 성실하면 돼. 이상형을 많이 따지고 그러지 말고, 외모나 능력은 따지지 말고, 순하고 성실하고 항상 이해해주는 그런 사람인 게 중요해. 다른 건 따지지 마." 엄마가 365일 중에 368번 정도 하는 말씀이다. 뭐... "내가 능력이 뛰어나야 능력을 따지죠.. 알겠어요. 착한 사람." 내 대답이었다.

 굳이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더라도, 나도 원래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한창 나쁜 남자가 유행이었을 때도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누가 이상형을 물으면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선하고, 순하고, 다정한 사람.' 그럼 다들 그런다. 거짓말 같다고. 그런데 진짜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거 같은데, 잘생긴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게, 사람 자체가 순하고 다정한 거다. 털털하고 성격이 좋은 게 아니라, 성격 자체가 원래 이해심이 많고 순한 사람은 드물다. 그래도, 그런 사람.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꼭 찾을 수 있을 거라고도 믿는다.


히히~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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