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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23. 2016

<"이제는 뽀뽀하면 안 돼요.">

어휴. 이러다 진짜 2020년 되겠네!? 빠르다~ 빨라! SPEED!


 아빠는 4형제 중의 막내, 엄마는 4남매 중의 셋째시다. 그래서 동생과 나는 큰집에서는 항상, 늘 막내였다. 게다가 첫째 큰아빠와 아빠는 띠동갑이셔서 사촌오빠들, 언니들과 우리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이었다. 언제나 그렇게 제일 막내로 살아오던 동생과 나에게 생긴 외사촌 동생 둘은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신기한 존재였다. 아니, 사랑스러운 존재를 넘어서 그 아이들의 이름이 ‘귀여움’이라는 단어와 완전히 똑같이 느껴졌다.  

 물론 내게도 남동생이 있긴 했지만, 1살 차이, 연년생인 남동생은 그리 어리다고 느껴진 적이 없었다. 비슷한 또래로 자랐다. 그런데 그 사촌동생 둘은 달랐다. 여자아이 한 명, 남자아이 한 명. 아무리 시간이 가도 둘 다 완전히 아기처럼 느껴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중학교에 입학해도 그냥 내게는 여전히 아기 같았다. 그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에도 바로 옆에서 봤고, 어릴 때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워낙 자주 보고 놀아주면서 가깝게 지냈으니까. 외갓집에는 나를 빼고는 외사촌이 모두 다 남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그 아이들을 많이 챙겼었지.

 정말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몰랐던 것 같다. 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사진도 자주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우리 사촌동생들인데 진짜 귀엽지?” 자랑도 하고, 사춘기였던 중학생일 때도 사촌동생들과 자주 만나서 놀아주기도 했었다. 집이 가까워서 워낙 자주 만나기도 했고, 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껴안고 뽀뽀하고, 아주 난리였다. 첫째 동생은 좀 왈가닥이었는데, 둘째 동생은 남자인데도 애교가 많았다. 별명이 '뽀뽀 왕자'였다. 지금 그 별명을 이야기하면 정말 정색하지만. 휴. 그런데, 이제는 사촌동생 둘 다 정말 많이 커버렸다. 벌써 한 명은 고등학교 1학년, 한 명은 중학교 2학년이란다. 거짓말... 말도 안 돼.

 중학교 2학년인 사촌동생은 남자인데, 키도 이젠 나보다 크다. 그렇게 자주 업고 다녔던 아기가 이제 어느새 훌쩍 커서 나보다 키도 더 크다니.. 거기다가 성격도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말도 많이 안 하고, 조용조용하다. 예전의 동생이 아닌 거 같다. 휴.. 무슨 시간이 이렇게 빠른가 싶어서 세월의 속도가 무섭기까지 하다. 힘도 정말 많이 세졌다. 나보다 힘도 더 센 거 같다. 말도 안 돼.. 바뀐 모습이 너무 어색하다 정말. 그래도 고등학교 1학년인 여동생은 여자라서 여전히 동생 같다. 휴..다행이다. 많이 바뀌지 않아서, 모습이 어색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다행히 키도 나보다 작다. 뭐 많이 차이 나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키도 나와 비슷하다. 그래서 여전히, 어린 동생 같다. 여동생은 좀, 왈가닥 같은 느낌? 여성스럽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정말 털털함 그 자체라서 나를 어색해하지 않는다. 휴. 천만다행이다!  

 보자마자 지금도 여전히 껴안고 뽀뽀하느라 난리다. 지금도 둘 다 너무 귀엽고 예뻐 보인다. 그냥 솔직히 아기 같다. 지금도.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사촌 남동생한테도 그렇게 했었다. 좀.. 솔직히 ‘이제 남동생은 이런 거 싫어하려나?’ 생각은 했었는데, ‘그래도 너무 귀여운데 어떡해.. 에이 모르겠다!’하는 생각이었다. 만나면 둘 다 너무 귀여워서 계속 내내 안고 있었다. 계속 머리 쓰다듬고, 안고, 뽀뽀하고, 계속 그랬는데...

 그. 런. 데... 그런데 말이다. 휴. 엄마가 며칠 전에 작은삼촌 하고 만나셨는데, 사촌동생도 같이 만나신 거다. 엄마가 사촌동생하고 말씀을 나누시다가, “다영이 누나가 지금도 우리 동생 너무 귀엽다면서 자주 이야기하는데, 지금도 만나면 만나자마자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싶다더라.”라고 말씀하셨더니, 글쎄..! 사촌동생이 말하기를, “이제는 안돼요.”라고 했단다. 윽! 동생아... 누나 마음에 진짜 칼로 베인 거 같아. 진짜 찌릿찌릿해. 진짜 슬퍼. 지금도 글로 쓰면서도 슬프다. 진짜 찌릿찌릿. 아프다. 휴.

 그래서 엄마가 “왜? 이유가 뭐야? 왜 안 돼?”하고 물으셨더니, 동생이 “그냥.. 그냥 이제는 안돼요.”라고 대답했단다. 휴... 그렇구나... 이젠 안되는구나. 많이 컸구나.. 싫구나.. 그래.. 동생들도 이렇게 많이 컸다는 걸,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걸.. 너무 생각 안 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보기엔 동생들은 언제나 그냥 아기 같으니까. 언제나 4살,6살같이 느껴졌으니까.. 근데 사실,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면 사춘기일 텐데 내가 너무 좀 오버했나? 하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 애들이 싫어하였으려나..

 휴. 그럼 어쩔 수 없지. 에잇! 몰라! 이젠 여동생한테만 해야겠다. 휴. 언제 이렇게 다들 컸나 싶다. 하긴, 이제 2016년인데. 어휴. 이러다 진짜 2020년 되겠네!? 빠르다~ 빨라!


S.P.E.E.D!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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