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의 끝] 프롤로그

세계화 시대는 어떻게 저물었는가, 앞으로 세계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by 선의적 편집자

프롤로그


트럼프와 브렉시트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2020년에는 연초부터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다. 미국이 이란의 솔레이마니 장군을 죽였고, 우한 폐렴이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미심장한 사건은 말 많던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었다는 것과 미국 대통령으로서 역사상 탄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트럼프가 위기를 모면하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브렉시트와 트럼프 모두 2016년에 나타나 3년간 끊이지 않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를 해석하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주류 언론과 지식인 층의 주된 반응은 “지도자들이 포퓰리즘을 앞세워 뭣모르는 대중을 선동해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을 훼손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소셜미디어를 향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에서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기업들이 방치한 결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이런 일은 분명히 일어났고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두 가지 주장이 사실이기는 하나 진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스트 지도자와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보다 깊은 차원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갈등의 결과로서 나타난 현상이지 그것이 제1원인이 아니다. 다른 이유로 이미 분노한 사람들이 과거에는 없었던 ‘개인화된 미디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표출한 것이 아닐까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영국과 미국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가? 양극화 때문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양극화란 한 공동체가 극단적으로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그 두 집단은 누구인가? 이들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진단이 달라진다. 여당과 야당? 도시와 지방? 백인과 유색인? 자유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모두 다 부분적으로 만 맞아떨어질 뿐 시원한 해답은 되지 못한다.


이 글의 목적은 세상과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경제적, 문화적, 사상적으로 양극화되었는지를 제대로 살펴보기 위함이다. 나는 이 갈등의 본질이 세계화(글로벌리즘)와 지역화(로컬리즘)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는 로컬리즘이 승리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지, 이들이 로컬리즘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트럼프와 브렉시트는 ‘세계화 시대의 종언’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세계화가 끝날 것인가?” “세계화가 주춤한다”라고 말하지 않고 과감하게 “끝났다”고 말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첫째는, 세계화 현상이 멈춤 상태가 아니라 역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계화란 쉽게 말해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장벽과 보이지 않는 장벽 모두가 포함된다. 이 글에서는 ‘사람, 물건, 자본,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을 세계화로 정의한다. 이 네 영역에서 장벽 제거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무너진 장벽을 다시 세운다는 점에서 역행이라고 한 것이다. 둘째는, ‘세계화 역행’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세계화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우리는 그것을 절대불변의 진리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오늘날 세계화 시대를 ‘냉전시대 이후 30년간 지속된 세계적 호황 시대’라고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지는 본문에서 세계화가 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것이 오늘날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국제뉴스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맥락’을 설명할 것이다. 90년대 외환위기, 닷컴버블부터 2000년대 부동산 호황과 금융위기, 그리고 2010년대 양적완화와 미중 무역전쟁까지 모든 사건이 독립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각 사건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보다 각 사건의 맥락을 설명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인 만큼 가능한 한 쉽게 쓰려고 했다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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