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쪽지들
“다시 돌아오면 날 기다리는 게 있었으면 해서”
이제는 -'우리 사이에'랄 것도- 없는 것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지 않은 채 시간은 흘렀다. 그때 그 장소는 변하고 사라진 것이라 믿었는데 발걸음 같은 것이었나 싶다. 지나가기만 하는 것을 되살릴 수도 되밟아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이 문득 나는 어딘가에 도착해있다.
하지만 역시나 부러운 것은 고작 발걸음 같던 내 쪽지를 잊지 못하는 유령이 갖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언제 누구에게 증발해버렸을까.
그때 그 자리에 남기고 온 것들이 발걸음이 되었고 그 시간들이 잊히고 사라질 운명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유령이 되어 단지 조금 더 오래 보는 사랑이 될까 봐 나는 무섭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 기다리는 영혼이 되어 본 적 없이 그 자리에서 죽고 죽였던 날들. 고스트가 지킨 것은 시간이었을까 장소였을까.
“왜 그렇게 이사를 많이 다녔어?”
“그럴 수밖에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