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냄새

대중교통이라는 부대낌

by 정원

버스일기6

버스를 타면 일단 작은 성취감을 깔고 간다. 버스 안의 소음과 불편함을 마치 성공을 위한 희생처럼 여긴다. 그런데 오늘은 냄새에 속수무책 당했다. 대단한 악취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체취였다. 허락 없이 선을 넘는 사람을 만난 듯이 원하지 않는 체취는 싫었다. 마치 고통 속에서 꿈을 꾸듯 내가 잘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의 살 냄새가 떠올랐다. 욕조처럼 잠기고 싶은 그 냄새. 하지만 현실도피도 통하지 않았다.

버스일기6.1

세상에 비논리적이지만 자주 경험하는 법칙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한번 마주친 사람을 자꾸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학교나 시내, 여행지에서도 그렇다. 오늘 경우는 그 냄새와 같은 곳에서 내렸다. 지쳐서 집에 왔다. 집에 오니 평소와 똑같이 부엌에서는 익숙한 된장찌개 냄새 방에서는 화장품 냄새 씻고 나서 닦는 수건에서는 몇 달째 같은 섬유유연제 향이 났다. 평소와 같은 집 냄새들이 오늘따라 코를 찌른다. 하루에 몇 번이나 마주치던 그 사람들도 항상 내 근처에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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