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내가 일하는 중앙동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외국인 관광객들을 마주친다. 한국의 유행과 계절과 조금 다른 옷차림, 땅만 보는 직장인들과 달리 조금 위를 향한 시선 등. 그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다닐 때면 나도 문득 어느 도시의 여행객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어느 도시 시내 뒷골목을 거닐 때 느꼈던 한국과 달랐던 기후와 패션들, 하루 종일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린 시간들. 외국인들의 낯선 말소리들이 귀를 스칠 때면 환기를 하듯 내게 익숙한 풍경들이 비밀을 간직한 풍경으로 잠시 바뀐다. 마치 여행처럼, 잠시.